“북한주민도 행복추구권 있어야 합니다”

오는 12월 8일부터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서울’의 준비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지난 10월 24일. 전세계 북한인권운동가와 NGO, 정부각료들이 참석하는 큼지막한 국제대회인 것에 비해 준비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신촌에 있는 국제대회 준비위원회 사무실. 국내외 북한인권 NGO에서 파견된 활동가들이 모여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로 다른 단체에서 파견된 활동가들이 퍼즐의 한 조각들처럼 모여 ‘북한인권’이라는 아름다운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프로그램 체크, 장소 섭외, 국내외 인사 초빙, 홍보, 재정준비……. 사무실의 전화벨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들리고, 북한인권관련 자료를 놓고 한데 모여 심각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 자리에 눈에 띄는 사람은 이용화 공동사무국장.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북한인권담당관으로, 이번 행사 준비를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왔다.

그는 미국 변호사 시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 변호사이며, 내년에 출산예정인 아내와의 원치 않는 별거(?) 생활이 마음 아프다는 예비 아빠다. 달콤한 신혼을 만끽할 행복한 권리를 북한인민들의 행복 실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그는 또한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깔끔하고 시원한 인상이었지만 다소 피곤한 표정이 엿보였다. “일이 많아 바쁘시죠?”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미국에 갔지만, 한국의 음주문화는 적응하기 참 힘들다”라고 불쑥 이야기한다. 행사 때문에 각계 인사들을 만나느라 스케줄이 빽빽한데,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한국의 음주문화가 피로를 누적시키는 한 요인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인터뷰를 시작하자 다시 눈을 빛내며, 또렷한 말투로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북한의 인권실태, 국제대회의 전망에 대해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데일리엔케이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직후 결혼을 하고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지금까지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미션주립대를 졸업하고 변호사 공부를 했습니다. 또한 국제인권법을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공부했습니다. 현재 변호사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프리덤하우스> 북한인권담당관으로 지난 5월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입 좋은 직장보다 보람 있는 북한인권운동 선택

– 변호사와 NGO 활동가를 동시에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미국정부는 NGO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많이 해줍니다. 그렇지만 NGO 활동가 생활은 일반적인 사람들 보다 어렵게 생활합니다. 그래서 <프리덤하우스>보다 수입 면에서 좋은 직장을 선택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몇몇 기업체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실과 신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때 저의 마음속에 북한 인민들이 떠올랐습니다.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처참한 생활하고 있는 북한 인민들을 생각하니 저의 사치스런 고민이 쑥스러워 지더군요. 결국 NGO 활동가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길이 지금 저에게 많은 보람과 가치를 안겨 주기 때문에 활동하면 할수록 힘이 솟습니다.

– 많이 힘드셨을 텐데 고통을 이겨내는 신념 내지는 인생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5년전 <모퉁이돌선교회>가 주최하는 수련회에 참가해 북한인권의 처참한 모습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21세기에, 봉건왕조시대보다 더 참혹하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모습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북한인권실태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데이빗 호크의 ‘감춰진 수용소’를 통해 수용소의 실태를 알게 되었고 북-중 국경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교회를 통해 탈북자들의 증언을 듣게 되면서 북한인권 문제는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근 워싱턴 국제회의에서 만난 탈북여성들의 안타까운 증언을 들으면서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더욱 큰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느 여성들과 별반 차이 없는 그 여성들은 탈북한 직후 중국인에게 강간당하고 바로 인신매매되었습니다. 어느 여성은 두 명의 딸과 함께 인신매매 당했고, 성적 학대, 노동착취를 당하며 살다가 천신만고 끝에 탈출을 했습니다.

그 때 저는 더욱더 강한 결심을 했습니다. 그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인민들이 행복해지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면서 살겠다고 맹세했습니다.

– 이번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 맡은 일은 무엇입니까?

현재 저는 <프리덤하우스> 북한인권담당관으로 북한인권 관련 활동, 행사에 있어서 제반 실무적인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제대회에서는 정치인, 학자, NGO, 종교인들을 초청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해외인사들을 많이 참석시키기 위해 이곳저곳 연락을 하면서 참가 독려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의제로 사회가 하나 되어야”

– 국제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정말 힘든 점이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임신한 아내가 보고 싶습니다.(웃음)

해외인사들을 초청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조율하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까다로운 일입니다. 특히 NGO와의 관계 유지가 어렵습니다.

각 단체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한 행사에 모두 참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부 단체들이 행사를 주도해 보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죠. 하지만 북한인권이라는 ‘공통분모’로 하나 둘씩 모이고 있기 때문에 고무적입니다.

– 국제대회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국제대회가 한국사회에 가지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이제 한국사회가 결단을 해야 할 때입니다. 통일한국의 미래는 북한문제를 해결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고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그 합의를 이루는데 이번 국제대회가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이번 국제대회는 워싱턴 대회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처음 국제대회를 구상하면서 2회를 유럽에서 하고 마지막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해 피날레를 장식하자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북한인권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인권대회를 해야 옳은데, 미국에서 최초로 한 것이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빨리 한국에서 인권대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2회대회를 서울에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대회가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려세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진보단체들은 색안경 벗고 북한인권문제 거론해야

– 일각에서는 이번 국제대회가 미국의 대북 고립압살 책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위 ‘진보단체’들이 인권대회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비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슴 아픈 현실인데, 북한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북한인권문제를 이야기해서 인권개선을 시키자는 것이지 북한과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색안경을 벗지 못하면 객관적인 사실을 볼 수 없습니다. 윈스턴 처칠이 전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것은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인식하고 전체주의와 비타협적으로 투쟁했기 때문입니다.

처칠의 강한 의지는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도덕적 가치’로 간주하고 확고히 지켜냈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가치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는 것을 진보단체들은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참여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근거로 비판하고 있는데요.

<프리덤하우스>는 하나의 단체로 참여합니다. 행사 참여단체들을 보면 거의 모든 단체가 한국 NGO들입니다. 그리고 그 단체들이 준비위를 결성해서 준비위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 최대 NGO 지원국가지만 돈을 지원한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NGO을 통제하고 제재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NGO 통제는 불가능하며 실제로 정부 일을 하다가 NGO에 참여하는 경우는 있어도 한국처럼 NGO 일을 하다가 정부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이 지원하는 금액은 인권대회 재정 전체로 봤을 때 일부이며 한국 단체들의 모금과 회비로 기금이 조성됐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들이 상당수가 있는데 그들에게 “정부 돈을 받으니까 배후가 정부이고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라고 하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생각해 봅시다.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인권으로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인권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겠습니다”

–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제가 워싱턴 1회 대회를 준비하면서 한국 언론사 워싱턴 특파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제기한 북한인권문제를 다뤄주는 언론사는 조선일보밖에 없더군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북한인권이리는 보편적 가치보다 앞서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북한인권을 알리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도 부족할 시점에 언론사들이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인권국제대회’와 젊은 대학생들이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있어 저의 걱정은 기우(杞憂)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대학생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학생들이 나서야 북한인권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북한인권문제를 온 세상에 알리며 살고자 합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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