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북한의 신북풍(新北風) 공작을 경계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일 사망 10주기인 17일 “성스러운 10년의 못 잊을 추억, 우리는 영원한 장군님 식솔”이라며 김정일을 ‘사회주의 대가정의 어버이’라고 추모했다. 사진은 평양역의 밤. /사진=노동신문·뉴스1

쓸데없는 걱정, 기우(杞憂)이면 좋겠다. 제발 필자의 평가와 전망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근년 들어 이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기경보 차원의 예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①북한이 ≪양수겸장식 이중적 변수형 비핵화 전략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판단(2018.12) 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②김정은 건강이상·유고설(有故說)이 거의 기정사실화되었던 국면에서의 외로운 부정(2020.4), 그밖에 ③북한의 천인공노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예상(2020.6) ④8차 당대회에서의 “전 한반도 적화통일 노선” 규정 당규약 분칠 개정 전망(2020.11) 등을 꼽을 수 있다.

다가오는 2022년은 북핵 문제는 물론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 임계점(critical point)이 되는 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다시 한번 김정은의 예상 행보를 점검하면서 능동적인 대비를 촉구하고자 한다.

북한의 2022년 정책기조 전망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과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종전선언 드라이브도 절정으로 치닫고(동맹과 국익 훼손까지 감수?) 있다.

미국 국무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결정과 관련해 참가 권유를 받은 적이 없다. 마지막까지 종전선언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12.13)에 대해 분명히 동맹들과 협의했다고 즉각 반박했다. 외교사에서 동맹국 간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2021.12.13. 국내언론보도 종합).

이런 시기에 북한이 과연 정책의 방향타를 어떻게 잡을지, 기존 노선에 변화를 줄지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현 정부는 마냥 김정은의 선의만 기다리며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듯하다. 애처롭고 답답하다. 이와 관련된 사항은 필자는 물론 많은 전문가의 평가와 해설이 나와 있으므로 재론하지는 않겠다.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2022년 새해 김정은의 정책노선은 외부세계의 기대와는 달리 ▲전반적으로는 기존의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 2.0 노선’을 지속 견지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1970년대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노선의 ‘김정은식 버전’을 가미하여 북한 사회 전반을 개조해 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하에 문재인정부의 종전선언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대선(3.9) 개입,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의 균열, 후원국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종전선언+α의 전제조건을 걸고 원-포인트(one-point)로 호응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20일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관련 동향

북한의 2022년 새해 정책기조를 이렇게 전망한 것은 ①현재 북한 내부 움직임 평가 ②김정은의 대북 제재에 대한 내적 관점 추론 ③평행이론(지금은 2017년말의 데자뷰)에 기초한 남북관계 예상 등에 기초한 것이다.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올해 초 8차 당대회를 개최(1.5~12)하고 ‘정면돌파전2.0 노선’을 확정했다. 이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사회주의 자립경제체제 복원·비사회주의 척결에 올인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당정치국회의, 군사교육일군대회, 3대혁명선구자대회, 김정일사망 10주기 추도대회 등을 통해 지난 김정은 집권 10년의 치적을 부각하면서 보다 엄혹한 사상투쟁, 자력갱생, 인간·사회개조 운동 전개를 강조하고 있다.

총적으로 올해는 승리의 해….다음해는 올해에 못지않게 대단히 방대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중요한 해이다.”(2021.12.1 김정은의 당정치국 회의시 발언)

둘째, 8차 당대회에서 신(新) 경제·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1년간의 시험 운영을 거쳤다. 그것도 코로나·대북제재·자연재해(이른바 ‘3중고’) 라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 말이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김정은이 2,500만 인구 중 절반이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독재자이고 주민들이 빈곤에 매우 익숙한 체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김정은이 빗장을 걸어 잠근 후 와신상담(臥薪嘗膽)한 결과, 체제 내구력에 대한 실질적인 통계(data)가 나왔고, 이제 나름의 자신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한사코 거부해 오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 김정은이 최근 체중감량에 신경을 쓰고 있는 점도 건강관리 차원을 넘어 체제 운영(그럭저럭 버티기) 전략전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내적 판단을 시사해 주는 증표라고도 볼 수 있다.

셋째, 북한은 체제에 위협을 느끼거나, 자신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다음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 대화와 협상의 장(場)으로 나온다. 단, 정세가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언제든지 유턴하는 것이 전제이다.

북한은 올해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 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에 성공했고 향후 고도화·다종화 청사진도 8차 당대회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미북 간 대화 테이블 복귀를 통한 경제외교적 실리챙기기도 조심스럽게 타진해볼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지난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봄’도 오랫동안의 대결국면 끝에 나타난 결과물이었다. 즉 북한의 정책전환은 ▲2017년 트럼프-김정은 간 판갈이싸움 국면에서 ▲9월 11일 6차 핵실험과 11월 29일 미국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개발완료 선언)한 이후 ▲2018년 신년사를 통해 ≪강·온 양면 메시지≫를 천명하는 단계적 수순을 거쳐 나왔던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공화국 핵무력 건설에서 이룩한 역사적 승리를 새로운 도약대로 삼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혁명적인 총공세를 벌여 나가야 합니다…(중략) 핵무기 연구 부문과 로케트 공업 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합니다…(중략)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려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입니다.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루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합니다(2018.1.1 김정은 신년사)

지금은 2017년 말과 거의 데자뷰(deja vu)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후 계속된 다종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대결과 긴장 국면 ▲대북 이중기준·적대시정책 철폐 선전전 ▲동계올림픽 활용 필요성 ▲대한민국과 미국의 끈질긴 대화와 교류협력 제의(종전선언, 백신 지원 등) 등은 마치 판에 박은 듯한 닮은 꼴이다.

여기에다 ▲8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에 ‘대남·대외 통일전선사업 활성화’ 기조 명문화 ▲코로나로 인한 북한의 어려움 가중 ▲바이든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후견국 중국의 간절한 입장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필사적인 구애(?)까지 덧붙여져 있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대선(3.9)에서 친북 성향을 가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후보가 승리해야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기초한 전(全)한반도 공산화통일을 위한 여건 조성과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점이다.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사진=조선중앙통신

결어

이 같은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김정은은 2018년 초처럼 ‘내부 결속 다지기+원포인트 종전선언 대화 호응’이라는 ≪2트랙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1962년 김일성이 제시한 대내·대남·대외의 ≪3대혁명역량 강화론의 2.0버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핵전력 고도화, 북한사회 개조 대투쟁, 대남·대외 통일전선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2018년처럼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체제 내부 결속이 대남·대외 문제보다 우선권을 갖는다.

그 시기와 방법은 12월 하순으로 예고된 제8기 4차 당전원회의 사업총화 결론이나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공개될 것이다. 2020년처럼 당전원회의 결론이 신년사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이후 그들이 요구하는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 베이징동계올림픽(2.4~2.20)이나 별도의 특정 계기에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깜짝이벤트(surprise)를 연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2022년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3.9)와 전국동시지방선거(6.1)가 있는 정치의 해이기 때문이다. 과거 전례로 볼 때, 북한은 다양한 상·하층, 공식·비공식, 온·오프라인 통일전선공작을 전개해 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낚시하기 좋은 물 때인데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오죽하면 미국의 대북협상대표를 역임한 스티브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북한의 남북통신선 복원 조치는 내년 한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의도”(10.15)라고 평가했을까.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신북풍(新北風) 공작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아니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못박기’라는 과욕에 휩싸여 온·오프라인 남북정상회담 등과 같은 신북풍(新北風), 평풍(平風)을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는 것은 길고도 긴 노정이다. 특히 지금처럼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고, 덧붙여 전한반도 공산화 통일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수비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공격을 서두르면, 반드시 되치기 당한다.

우리는 평화의 단초를 만드는 것과 평화를 선거에 활용하는 것이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는 엄연한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997년 총풍공작, 2007년 임기 말 노무현 정부의 무리한 남북정상회담(10.4선언) 추진의 전철(前轍)을 밟아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현 정부가 북한의 전략전술에 넘어가지 않도록, 아니 대선정국에 평풍(平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은 비핵화 협상 국면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역이용해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했다. 또한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지난 2018년 4.27판문점남북정상회담과 6.12싱가폴미북정상회담이 ‘6.13 지방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 않는가.

과거에는 안보위기 조성이 북풍(北風)이었다면, 최근에는 분식·위장 평화가 신북풍(新北風)이다. 설익은 도덕적 우월주의나 정책의 계승을 강제하기 위한 대못박기 행보는 아무리 그 의도가 순수하더라도 과거 북풍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김정은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외밭에서 신발 고쳐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매지 말라”는 격언과 국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 북한의 변수형 비핵화 전략전술, 체제목표 분식개정 등 본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한 부분은 필자가 저술한 『김정은 대해부』, 『김정은과 바이든의 핵시계』, 그리고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코너 등을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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