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권 선물정치 자금은 유엔 상품이 밑천”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이밥에 고깃국’을 강조하며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 의지를 보여왔다. 김정은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알곡 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고 더 많은 고기와 남새, 버섯이 인민들에게 차례 지도록 해야 한다”며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인민생활향상 강조는 허울뿐이라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위기에 빠진 북한 경제로는 결코 주민들의 식량난과 소비재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것.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김일성 생일(4·15)’, ‘김정일 생일(2·16)’과 같은 국가 명절에는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공급해 충성심을 유도하고 있다. 김정일, 김정은 시대에 들어 이른바 ‘선물 정치’는 체제유지의 중요한 수단이다.

데일리NK는 김정은 선물이 북한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공급되는지, 주민들의 생활소비품 공급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평안북도 상업관리소에서 8년간 소장으로 일했던 황철민(가명, 2012년 탈북) 씨와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상업관리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상업관리소는 시, 군 주민들의 상품 공급을 맡아서 관리하는 기관이다. 북한은 국가 계획경제에 따라 공장 기업소에서 생산된 제품은 중앙 도, 시, 군 도매소를 통해 상업관리소로 인수되며 상업관리소는 국영상점에 공급한다.”

-상업관리소 소장은 어떻게 임명되나. 

“군 상업관리소 소장은 도당(道黨) 간부부에서, 시 상업관리소 소장은 중앙당 간부부와 도당 간부부의 합의하에 임명한다. 상업관리소 소장 간부사업 기준은 토대를 우선적으로 보고 상업대학을 졸업하고 상업경력이 있어야 하며 장철구 평양상업대학 봉사학부, 원산경제대학 상업부 졸업생들이 많다.

시당 책임비서, 시 인민위원장, 시당 조직비서는 선물차 공급대상이지만 상업관리소 소장은 일반차 대상이다. 그러나 상업권을 쥐고 있어 선물차보다 월등한 5만 달러가치의 일본제 SUV차를 구매하여 타고 다닌다. 상업관리소 소장은 시당 책임비서, 시 인민위원장, 시당 조직비서에게 매월 일본제 담배 5보루(쌀 50kg)를 보장해야 한다.

권력의 비리관계로 상업관리소 소장 철직은 다른 간부보다 애매한 경우가 많다. 상업관리소 소장 비리 신소를 받고 검찰소 검열이 시작되면 시당 책임비서의 권한으로 중지된다. 시 상업관리소 소장 철직은 중앙당 간부부와 도당 간부부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철직 이유가 밝혀질 경우 간부들의 비리가 노출돼 간부들도 철직 문제에 걸려들 수 있기 때문에 소장 철직은 자연무산되며 신소자의 신분만 위험할 뿐이다.”

-상업관리소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으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상업관리소는 시 인민위원회 상업부 소속이다. 시 상업관리소는 1급기업소로 계획과, 상업과, 부기과, 노동과, 운수과, 식료과, 노보과 등으로 군 상업관리소보다 규모가 크다. 상업관리소 소속 종합상점 지배인은 시당 간부부가 비준하며 일반상점 책임자는 상업관리소 집행부에서 임명한다. 상업관리소 집행부는 초급당비서, 부비서, 소장으로 되어있다. 상업관리소 소장 일보(日報)는 당비서가 시당 일보과-도당 일보과-중앙당 일보과에 보고한다.”

-시(市) 인민위원회 상업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역할은 무엇인가.

“시 인민위원회 상업부는 상업관리소, 급양관리소, 편의관리소, 봉사소(목욕탕·안마·이발·식당)로 구성됐다. 봉사소는 편의관리소 소속, 급양관리소는 상업관리소 소속이었으나 1990년대 장마당이 생기면서 독립했다. 급양관리소에 소속된 식당은 500개 정도이며 이 중 국영식당은 100개 미만, 나머지가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개인이 식당영업을 하려면 급양관리소 소속이라는 인증을 받아야 하며 월 5만 정도(2009년 기준 쌀 50kg 정도)의 수익금을 급양관리소 부기과에 입금해야 한다. 급양관리소, 봉사소 월 수입금 계획은 인민위원회 계획부가 세우며, 상업관리소 계획은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세운다. 급양관리소와 봉사소는 시 인민위원회 계획부에 뇌물을 주어 계획수위를 낮추는 방법으로 시장 이익을 챙긴다.”

-시 안에 상점은 몇 개이며 역할은 무엇인가.

“상점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상품공급 및 판매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공업품상점과 식료품상점으로 나눈다. 대도시에는 평균 7만 세대가 살고 있으며 천 세대 기준으로 70개 상점과 6개의 종합상점이 있다. 각 상점책임자들은 지역 세대목록을 상업관리소에 제출하여 된장, 간장, 소금을 비롯한 신발 치약 등 주민상품을 상업관리소로부터 공급받으며 이것을 주민들에게 다시 공급한다.”

-상업관리소에는 어떤 물자가 들어오나.

“상업관리소에는 북한에서 생산한 생활소비품과 유엔물자가 들어온다. 지난(DJ-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상업관리소는 유엔상품의 부를 누렸다. 유엔상품이 남포항으로 들어오면 통일전선부 대남사업부와 중앙도매소가 나간다. 대남사업부는 유엔 상품을 중국, 미국, 남한산으로 분류하고 남한상품 상표를 떼서 중앙도매소에 넘긴다. 중앙도매소가 유엔물자를 배분할 때 각 지역 상업관리소는 더 많은 유엔물자를 받기 위해 중앙도매소에 뇌물을 준다. ‘2·16’, ‘4·15’에 어린이들에게 주는 선물간식 포장비닐 가격만 4만 달러가 들어간다. 장군님 선물정치 자금은 유엔상품이 밑천이다.”

-상업관리소 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상업관리소는 4대명절(설날, 2·16, 4·15, 추석) 때마다 세대별 술, 된장, 신발, 비누, 칫솔, 치약 등 1차 소비품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4호창고(전략물자) 계획이다. 상업부에서 계획한 주민 공급상품의 5%를 4호창고에 반입하지 못하였을 경우 소장에게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 또한 3년에 한 번씩 4호창고 군수물자를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4호창고는 민가와 떨어진 산속에 위치하고 있으며 책임비서와 상업관리소 소장, 4호창고 직원 외에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한다. 이밖에도 상업관리소 계획에는 5과 제대군인, 영예군인, 대남가족들에 대한 물자 공급이 있다. 특히 대남가족 공급계획은 중앙당 대남연락부에서 극비로 된 공문으로 상업관리소에 내려온다.”

-상업관리소의 현 상황과 실태는 어떠한가.

“노동신문이 생산 정상화를 한다고 선전한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볼 때 시 상업관리소가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월 공급받을 비누는 7만 장이다. 3만 장에 달하는 시장가격을 사업비로 내지 않고서는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품 인수를 맡은 상업관리소 상업과 과장과 인수원은 사업비 원가를 뽑기 위해 비누를 받는 즉시 4만 장을 시장에 넘긴다. 신의주 신발공장에서 신발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운동화 신발 한 켤레 당 신발 고무바닥 두 개를 가져가야 신발을 받을 수 있다. 시장 값으로 판매되는 고무바닥 값을 신의주 신발공장에 주어야 상업관리소는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상업관리소는 상점책임자들과 연계하여 장사무역을 하게 된다. 상점책임자는 돈주에게 대출한 자금을 상업관리소에 도매상품을 주문한다. 상업관리소는 내적으로 장사를 하게 허용되어 있고 명함 자체가 무역와크(무역허가증)로써 중국무역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중국과 무역을 하면서 사들이는 사탕가루(설탕), 밀가루, 기름, 냉동기(냉장고) 등을 각 상점들에 시장도매 값으로 공급하면 국영상점은 시장보다 조금 싼 값에 판매한다. 무역이 커지면 상업관리소는 당의 인민생활 정책을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은행에서 돈을 대부하여 무역규모를 넓히기도 한다.”

-북한 은행 대출은 이자가 있는가.

“북한 은행대출은 이자가 없다. 공공기관의 명의를 가진 무역업자들의 신용이 확인되면 은행 지배인은 대출기간을 정하고 이자 없이 현금결제를 해준다. 그러나 상환 시 20%의 이자를 지배인에게 주지 않으면 다시 대출을 할 수 없다.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처럼 은행 지배인은 국가재정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셈이다. 전국의 상업유통망은 시장시스템으로 현재 운영 중이며 국영상점은 중계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