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문신문 기자가 보는 안철수 현상

어제 서울 광화문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 기사가 대뜸 물었다. 안철수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냐는 질문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오십 대쯤으로 보이는 기사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방금 전 아주머니 한 분을 태웠는데, 타자 마자 안철수 이야기를 합디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다 바꿔야 한다고. 어찌나 열변을 토하는지 내가 ‘한 사람 바뀐다고 다 바뀌겠어요’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화를 버럭 내면서 그 사람이 못 바꾸면 누가 바꾸겠냐고 하는거에요”라며 안철수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재차 물었다. 이내 “아직은 아닌 것 같다”라고 답하고 짧은 거리를 내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어제(6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씨로 후보를 단일화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포기 발표가 나오자 이젠 그의 대선 출마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단일화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선 가상 대결 구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서기도 했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객관적 자료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당, 유력 정치인도 하지 못한 일을 며칠 새 해버렸다.


안 원장의 약진은 국민들이 변화를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9시 뉴스에서 연출하는 구태정치를 바꿔 놓을 누군가를 바로 안 원장에서 찾은 느낌이 든다. 국민들이 얼마나 현실에 답답해 하고 정치에 실망했으면 전직 중소 IT기업 대표를 대통령감으로 지목했겠는가.  


변화의 대상 일 순위로 한나라당이 꼽힌다. 안 원장이 일단 응징해야 될 대상이라고 직접 표현하기도 했거니와 당장 쇄신의 대상은 집권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안 원장이 일으킨 돌풍에 동승한 인물들을 봤을 때도 박원순, 문재인과 같은 좌파 야당성향이 강한 인사들이다. 그의 돌풍은 그래서 한나라당의 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안 원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에이 무슨… 일시적인 거겠죠”라고 넘겼지만 그를 대선구도에서 배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야당으로써는 박근혜 1위 구도가 흔들리지 않으면 결국 대선 판도를 바꿀 막판 끝내기 홈런타자로 그를 염두에 둘 것이다.


내년 대선 후보 등록 직전까지 우리는 신문 정치면에서 그의 이름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그가 이민을 가거나 신변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를 향해 안철수 시장, 안철수 총리, 안철수 대통령이라는 직함 중에 하나를 부르게 될 날이 10년 안에 오지 않을까 싶다.


시장 안철수, 정치인 안철수야 무슨 상관일까마는 총리나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붙는다면 달라진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처한 도전 중에 가장 심각하고 핵심적인 문제가 북한 문제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 같은 안보 위기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포용이냐 압박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에 그칠 사안도 아니다.


60년을 끌어온 김정일 정권은 3대세습을 공언했지만 실상은 몰락으로 향해가고 있다. 그리고 매우 폭력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북한에서 발생하고 대한민국이 주저한다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북한에 진주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과도 내각이 구성되고 개혁개방이 추진되면, 결국 남한과의 통합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다.


지금 대통령을 포함해 기존 정치인들도 미덥지 않은 판국에 안 원장의 등장은 당혹스럽다. 그렇다고 우려만 키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햇볕정책을 교리처럼 떠 받드는 인물들보다는 그가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김정일을 몇 번 상대해보면 신뢰할 만한 인물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안 원장이 겉으로는 부인했지만 만약 대권을 고려하게 된다면 자신이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제일 먼저 북한 문제를 떠올려보기를 기대한다. 한반도 격변의 시기를 준비하는 지도자로서, 아니면 직면한 지도자로서 이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북한 주민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만족할 답을 줄 수 있는지 말이다. 그가 여기에 답을 준다면 우리는 안 원장을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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