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참담했다. 16회 북한자유주간 행사 차 지원경비(비행기 표 구매비용)를 신청했지만 통일부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당연히 지원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비용을 지급 못하겠다고 하니 행사자체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9년 1월 16일부터 시작된 통일부와의 줄다리기가 3월 19일까지 지속됐다. 그냥 ‘안 된다’고 말하면 될 텐데 무슨 연고에선지 ‘준다, 안 준다’를 번복했고 20일 경엔 돌연 ‘후불제’를 꺼냈다. 그 와중에 나온 게 ‘4.27선언에 위배되는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는 것과 비용지급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각서’였다.
다행이랄까, 160만 원의 비행기 표 가격이 200만 원까지 뛰어 오르던 무렵 통일부와의 대화를 끝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관련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때마침 미 국무부가 ‘2018년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의 대북정책 비판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시점이었다.
사실을 접한 국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유튜브 방송 ‘신의한수’와 ‘김진TV’를 통해 모금된 액수만 2500만 원이었다. 그동안 북한자유주간의 공동대회장을 맡아왔던 이용희 교수가 500만 원,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이 300만 원, 일본의 자유북한방송후원회가 500만 원의 성금을 보내왔다.
이 같은 성금으로 비행기 표와 체류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던 제16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참가자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증언자 모두가 2300만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대변한다는 열정에 불타있었고 단체장들은 북한의 자유화방안과 그 실천을 위한 혁신적 내용들을 제안서에 최대한 담기 위해 노력했다.
언제나처럼 첫 일정은 워싱턴 한국전쟁참전 기념공원을 찾는 것이었다.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명제 앞에서 북한자유화의 숭고한 결의를 가다듬었고, 이후 북한의 내부 상황에 관한 국무부 브리핑에 이어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방문 등 7박8일 동안 20여개의 공개 및 비공개 일정들을 이어 갔다.
즉 ‘북한 장마당에서의 여성들의 역할’ ‘왜 북한인권이 북한문제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정권유지를 위한 김정은의 전략’ ‘북한군 내부 인권침해 상황’ 등의 주제로 발표나 세미나를 이어갔다.
특히 워싱턴 주재 중국 CCTV앞과 중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탈북난민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시위와 집회는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 4월 28일, 중국 선양 외곽 지역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된 9살 난 최 모 양과 최 양의 삼촌 강 모 씨 등 7명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저지한다는 데 탈북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서는 우리의 노력을 “북한자유주간을 돌아보며, 우리는 탈북자와 인권단체가 북한 내의 끔찍한 인권 상황을 지속해서 조명하려는 노력을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감사한 일이다. 북핵문제를 포함한, 북한이 저지르고 있는 온갖 불법행위들을 근절시키기 위해선 북한인권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는 탈북자들의 노력을 인정한다니 말이다. 더하여 제17회 북한자유주간은 북한 자유화 이후 평양에서 진행하리라는 탈북자들의 결의와도 연계되어 있어 더 뜻깊었다.
이번 북한자유주간 동안에 비공개로 만났던 미국 최고위 당국자에게 우리가 강조했던 이야기로 이 글을 갈음하려고 한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승냥이가 양으로 변한다는 말과 같다. 핵만 포기하면 제체안전과 국가발전을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이야기에도 모순이 존재하는 바 북한주민들은, ‘김정은의 체제’와 ‘김정은의 국가발전’을 절대로 환영하지 않는다.”
“핵을 포함한, 북한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 그 화근인 김정은을 제거하는 방법이며, 차선의 방법은 북한주민들을 각성시키고 계몽시켜 북한민주화의 주체로 만들어 가는 북한자유화운동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탈북민들과 남한 애국시민들을 향한 국제적 연대와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며 미국은, 서울역과 광화문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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