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환율은 뛰는데 물가는 제자리, 북한 시장 불황 징조다

지난해 10월경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완장을 차고 순찰을 돌고 있는 시장 관리원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필자는 1960년대 초반 북한에서 출생했다. 1970년대 ‘사회주의 공업화’가 제대로 이뤄지던 전성기를 지나 1980년대 침체기에 사회에 진출했다. 그리고 1990년대 경제시스템이 붕괴된 ‘고난의 행군’ 시기, 국가 공급을 대체해 시장이 형성되고 발전하던 2000년대, 그리고 2009년 화폐개혁과 그 이후 시장안정 시기는 경제 분야 공무원으로 정책에 관여했다. 

한국에 와서 몇 년 사이 여러 이유로 시장경제에 대해 공부하면서 북한 경제에 대한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북한 경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해 보려는 시도를 보게 됐다. 이번에는 북한 환율과 물가에 관한 필자의 시각을 말하고자 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까지만 해도 시장 환율이 높아지면 상품의 가격도 같이 뛰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환율과 물가가 연동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달러나 위안화 장사꾼이라고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었고, 소비자들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딜만 했다.  

최근 북한의 경제상황은 이러한 경제 순환구조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곡물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다. 일부 일용품들의 가격은 하락세까지 보인다. 2017년 가을부터 소비자 물가는 거의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이 환율에 반응해 오르지 않으면 농민, 개인 수공업자, 기업 생산자들은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북한 쌀 가격 동향본지가 자체 조사한 북한 쌀 가격 동향(2019.05.28 ~ 2019.08.20)

필자는 북한 경제가 이대로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2017년에 들어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제가 강화되면서 지난 3년간 북한의 도시들에서 소비자들의 구매능력이 떨어졌다. 돈을 잘 쓰던 무역업자들의 수입이 크게 줄었다. 외화부족으로 상품 유입도 감소하고 장사꾼들이 확보하는 물량도 줄었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계 경제에 영향을 주었고,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구입이 늘지 않았다. 이는 시장에서 전반적인 수요의 감소로 나타났다. 현재 곡물의 공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시장에서 가격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가계들이 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민들의 식사가 밥에서 국수로, 국수에서 죽으로, 죽에서 풀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소득이 좋은 가계들도 옥수수 또는 밀가루 가공제품(국수, 빵, 라면 등 분식)으로 식생활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이 뛰고 있다. 3년 동안 달러를 기준으로 1:8,000이 유지되던 북한 화폐의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제사회 제제와 위안화 평가 절하 등 외부적 요인과 더불어 에너지, 원료의 부족 등의 원인으로 상품생산이 감소되면서 공급이 줄어들자 북한 원화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외화(달러, 위안화, 엔화, 유로 등)를 원하고 있어 무역시장에서 돌던 외화가 각 가정으로 흩어지면서 외화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북한 환율 동향
본지가 자체 조사한 북한 환율 동향(2019.05.28 ~ 2019.08.20)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상업은행법을 내오고 일부 금융개혁을 시작하면서 위기는 다소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중국산 상품이 다시 유입되고 위안화로 외화시장에 자금이 공급되면서 가계경제가 다소 안정되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국가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수렁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는 쉽게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핵개발에 대한 대북 제재가 1차적인 원인이다. 경제가 회복되는 와중에도 생산력 상승을 위한 비상한 대책과 개방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를 들여다 보면 여전히 많은 부분이 당국의 수탈과 같은 동원체제로 이뤄진다. 

1990년부터 겪은 경제난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공장 기업소의 정상화는 시장화 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당국이 실시한 ‘사회주의 기업관리 책임제’나 ‘포전담당제’로는 지방의 경제를 온전히 살려내기 역부족이다. 이미 파산 직전의 상황에 빠진 협동농장과 기업들이 상대적 자율성 보장이라는 것만으로 살아날 수 없으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이다. 김정은 정권은 2011년 집권 이후에도 여전히 계획과 단일적인 은행에 의한 화폐(원)의 통제강화 등 유일경제관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경제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 제제에 대한 불만을 유포시키면서 신뢰회복을 통한 투자유치가 아닌, ‘자력갱생’과 ‘간고분투’를 외치고 있다. 

2018년부터 지역협동농장들과 중소기업들의 재정적자가 확대되었는데, 이는 재정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재정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다시 말해 경제난으로 가계의 소득이 줄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기업과 농장들이 생산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그 결과 화폐 유통량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가전제품과 철재 및 수지일용제품들의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 가계에서 1인당 가처분 소득이 1일 1달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2017년 이후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민간 부문의 수요가 얼마나 말라버렸는지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기업가의 말을 들었다. 세상은 넓은데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세상의 돈이 돌아가는 흐름 현상에 완전히 멀어진다. 북한 당국은 이 개구리 신세에서 뛰어 나와야 한다. 

북한의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구조와 기업관리 정책이 바로 개구리를 잡아두고 있는 우물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책 작성과 추진에 관계한 고위 관리들은 아직도 경제의 기본 원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6.28방침 같은 개혁조치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간부들이 세계 경제의 흐름을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은 예산부족, 지원 부족, 대북제제 탓을 그만하고 대담하게 금융구조를 개선하고 국제사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율은 상승하고 상품가격은 하락하는 현상이 지속돼 농산물과 공산품 생산자들이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신뢰회복, 전면개방으로 세계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에 들어오도록 하루 빨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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