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지방기업을 살리는 길은 자율성에 기초한 투자와 협동이다

장자강공장기계공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최근 북한의 지방 공장과 기업소에 대한 당국의 에너지 및 자금 공급이 감소해 제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평안북도 지방공업부 산하 공장 기업소에는 생산에 필요한 전기, 자재 설비, 자금을 자체로 해결하라는 지시가 하달돼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는 등 긴박한 경영상의 조치가 마련되고 있다. 지역 경제 운용에 중요한 몫을 담당한 지방 공장들의 생산 차질은 지역 경제 둔화와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

북한 당국이 지방 기업들에 대하여 제한된 공급만을 유지하고 중앙단위 기업과 차별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에도 전력만큼은 국가에서 무조건 지급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력도 자체로 담보하라는 지침이 주어지자 지방공업부 관리들도 표정이 어둡다고 한다. 이처럼 생산에 필요한 국가 공급을 자체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은 북한 경제 전반이 심각한 ‘부족의 경제’에 처했기 때문이다.     

북한지역에서 지방기업들에 대한 전력공급 방식은 유일 시스템이다. 전력공업성이 전국적으로 생산된 전력을 통일적으로 관리하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공장 기업소에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는 중앙과 지방의 교차공급 방식으로 지방공장에 배분한다. 

예를 들어 평안북도 정주시에서 금이나 은 같은 유색금속을 생산하는 제련소는 전기가 잘 공급되지만 편직공장이나 옷 공장 같이 수출 임가공제품 생산을 하는 공장에는 배전소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뇌물도 먹여야 전기가 공급된다.

북한에서 전력 등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지방공장들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는 것에 대해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북한지역에서 공업화가 진행된 시점은 1960~1970년대이다. 이 시기는 북한에서 지방기업이 많이 생겨난 때이다. 북한에서 농업보다, 공업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 것은 지방에 공장과 기업소가 들어서 주민용 생필품들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북한 지방 도시의 산업 발전은 지방기업의 형성과 확산과 때를 같이한다. 

1990년대 북한에서 경제난이 발생하면서 지방공업도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에게 식량배급과 계획에 의한 상품공급이 중지되자 장마당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장마당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자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현실화 됐다. 당시 지방 기업들은 원료, 자재, 동력의 공급이 중단되자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일부는 공장 시설과 기계마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시장이 인민경제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기업경영도 시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갔다. 여기에 순응한 기업들은 생산이 정상화되고 품질도 개선되는 성과를 냈다. 북한 당국에 의한 시장의 공식화는 가계소득을 증진하여 주민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이로 인해 국영 개념의 상품 공급은 힘을 잃었다.   

기업들이 시장을 통해 판로와 자금을 확보하면서 과거 중앙에서 계획에 따른 자금과 원료를 제공받고 까다로운 통제를 받는 경향이 약화됐다. 시장을 통하여 상품생산을 결심하고 개인의 수중에 있는 여유자금을 융자받아 생산하고 판매하여 이윤을 창출하게 되면서 기업운영의 자율성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와 심각한 자연재해 등으로 활력을 조금씩 찾아가던 지방 기업들이 다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당국은 또 다시 ‘자력갱생’ ‘간고분투’라는 구태(舊態)의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구호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북한에서 지방기업 생존을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다양한 생산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협동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의 경쟁이다. 이 두 가지가 잘 결합하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경영 효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협동은 국경을 넘어 생산요소가 더욱 원활하게 결합하자는 의미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 정부와 기업들에 절대적 자율성을 주어 세계경제와 협동하게 하면 진정한 자력성장이 될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러한 협동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내부에서도 이러한 신뢰와 자율에 기초한 생산 협동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의 지방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조그만 투자와 에너지의 용이한 접근, 노동력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신의주시 건설 총계획에 대해 지시를 내리고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그런데 북한 당국은 개인들의 투자를 강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최근 평안북도 신의주 상황을 보자. 북한 당국은 자력갱생 전략을 관철하기 위하여 신의주 지역의 기업이나 돈주들에게 충성자금을 요구하고 있다. 신의주 총개발과 관련하여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대책으로 평가된다. 지기간 이런 명목으로 돈을 투자하게 하여 돈주들에게 상당한 이권이 차례지게 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투자를 하여 실제적으로 이권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소형발전소건설,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등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돈주들도 선뜻 투자하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이에 지역정부는 당, 행정, 사법검찰기관을 동원하여 노골적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적합한 환경이 있는 곳에 직접투자가 유입돼야만이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럴수록 돈주들은 투자에 시늉만 하고 몸을 움츠릴 것이다. 억지를 부리거나 부패한 체제를 통해 쉽게 자본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마음 놓고 투자를 하겠는가. 

자본은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들어야 경제적 이득을 창출한다. 그것은 개인들의 자율적 판단이며 그래야 성과와 지속적인 투자와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정부가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정부 정책에 자본을 강제로 동원하려고 해서는 이뤄질 수 없다. 국가의 장기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산업을 귀하게 여기고 이윤이 창출되도록 정책을 바꾸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동원식으로 공장이나 사적지, 주택을 건설하고 홍보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은 공공기반이나 시설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개인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북한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투자의 신뢰를 키우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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