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자력갱생은 대북제재 돌파의 동력이 될 수 없다

김정은 전원회의 주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들고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미수뇌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형태로 제재돌파를 위한 자력갱생을 25번 언급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 매진’으로 전환했다. 이후 미북대화 등을 통해 경제발전에 필요한 환경조성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게 되자 자력갱생을 전면에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달 4일 북미회담 결렬 이후 첫 경제 시찰 장소로 양강도 삼지연군을 택했다. 6일에는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 온천관광 지구를 찾았고, 이어 평양 대성백화점을 시찰하며 경제행보를 이어갔다. 국가 주요 건설 현장을 찾아 회담 결렬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경제발전 총력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강조한 자력갱생은 북한의 위기상황을 결코 해결해줄 수 없다. 대북제재가 현 수준으로 지속되면 북한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원자재 수입이 가능해서 기본 공업 생산에 큰 차질이 없지만 외화 수입이 줄고 무역적자가 누적되면 원자재 도입까지 어려워져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자력갱생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고 북한 현실과도 맞지 않는 구태(舊態) 의연한 생각이다. 북한은 경제규모가 작은 데 비해 교역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의 교역이 중단되면 서너 달도 버티기 어렵다. 중국이 제재의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력갱생으로 문제를 돌파할 수는 없다.

북한 산업 전반이 중국을 통해 활로를 찾아온 조건에서 최고지도자가 현지를 다니며 아무리 ‘자력갱생’  ‘간고분투’를 강조한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자본, 노동, 기술, 경영이나 기업가의 자질 등이 결정한다.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늘리는 것이 바로 투자이다. 산업 투자가 늘어나고 기업가의 경영혁신, 기술자들의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 경제성장이 이뤄진다. 이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한 나라의 부흥과 멸망은 경제력에 달려있으며, 정치 및 경제제도의 상호작용이 그 나라경제의 빈부를 결정한다고 본다. 그동안 남북한의 상황은 이러한 경제적 진리를 가장 잘 보여줬다.

효율적인 제도란 한 사회의 물적 또는 인적자원이 생산적으로 사용되도록 만드는 제도를 의미한다. 자본에 관한 제도 역시 생산적이고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입하게 만들어 주는 제도를 말한다. 결국 각 생산요소가 잘 결합할 수 있도록 각종 암묵적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적게 드는 제도가 효율적인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이익의 일부를 개인에게 보상해주어야 사회적 이익과 개인의 사적 이익이 근접해진다. 이에 자극을 받아 더욱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자극하는 제도가 바로 효율적인 제도이다.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훈장이나, 표창보다는 쌀이나 돈이 되는 물질적 평가를 확실하게 해주어, 생존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높여주어야 한다.

더욱이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엄동설한 한지에서 피땀을 흘린 주민들에게 비행기나 호화승용차를 타고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찾아가 ‘감사하다. 계속 간고분투하라’고 하는 것은 뒤돌아서면 허망한 일이 되고 만다.  

결국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에 대해 확실히 보상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은 사회 구성원 다수를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노동자로 이끌어 낸다. 제도는 개인의 경제활동의 기회와 유인체계를 결정한다. 제도 안에 내제된 인센티브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면 시장이 발달하고 분업이 장려돼 생산성이 따라 증가한다.

이러한 제도를 확립하면 최고지도자가 경제현장을 일일이 찾다다니며 열심히 일하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동구 사회주의가 망하고 서구 자본주의 경제가 흥한 배경은 시장경제라는 효율적인 인센티브를 반영한 제도 때문이다. 북한은 1인 지배가 낳은 비정상적 사회구조 , 집단주의 경제 시스템, 부패하고 권위적인 관료 제도가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경제와 대중 무역으로 회복했으나 핵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한 경제가 살아나는 길은 대외개방과 시장 요소를 더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이다. 산업 전반에 인센티브 제도가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 북한 경제 성장의 열쇠는 효율적인 제도 확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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