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자력갱생 강조하는 北 노동당이 정면돌파 대상이다

지난 9일과 10일 제7기 제5차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강령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함경북도, 남포시, 개성시, 라선시 궐기대회가 진행됐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새해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노동당 제7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문을 공개하고 올해 틀어쥐고 나갈 구호로 ‘정면 돌파’를 제시했다. 노동신문 3일자 신년 공동사설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정면돌파’를 31차례 강조했다. 적대세력의 난관은 피할 수 없으며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한 이후 5일 내부와 통화하면서 당일꾼들이 이번 회의 결과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새해 들어 평안남도 시(군)당 위원장, 인민위원장, 경영위원장들이 도당위원장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했는데 다들 얼굴 빛이 석탄과 같았다고 한다. 북한 매체가 전원회의 관철 대회를 중계하며 내보낸 ‘신심과 낙관’은 온데 간데 없고 주어진 과제에 한숨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를 간략히 평가하면 ‘중첩되는 난관을 벗어나기 위한 내부결속용 사상투쟁 대회’라고 할 수 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 뿐만 아니라 당중앙위원회와 국가기관 실무담당자, 각 도 시(군)인민위원장, 농촌경리위원장, 당위원장을 비롯해 군기관 등 중요부문 일군들까지 방청객으로 참가토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신년사 방송을 통한 방향제시가 아니라 시(군) 급 관료들의 정신상태를 바로 잡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이행할 과업을 결정·지시함으로써 긴장감과 사명감을 동시에 주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강조한 ‘장기전을 대비한 정면돌파’는 새로운 길이라기보다는 여전히 폐쇄된 상태를 유지하고 그들 방식대로 ‘자력갱생과 간고분투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정면 돌파’는 새로운 길이나 방도 제시가 아니다. 지난 시절 써먹을 대로 써먹던 “자력갱생” “간고분투”를 좀 더 전투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북한은 북미대화에 거는 주민들의 기대를 키웠다가 결과가 나오지 않자 다시 적대세력의 체제 전복 음모를 성토했다. 미국이 시간벌기를 하며 대화와 체제 압살의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제재와의 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장기적 대립과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보면 이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보여온 정책 변화를 보면 군사적 측면에서 첨단전략무기 개발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원회의 개최 전에 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먼저 진행한 것만 보아도 군사 우선을 잘 알 수 있다. 북한은 정면돌파의 기본 전선을 경제전선이라고 하면서도 자력갱생과 경제사업 체계 정돈을 내세우는 것은 성장보다는 버티기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력갱생 구호 아래 진행되는 절약과 분투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엄혹한 2020년을 보내라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정면 돌파’를 위해 경제사업 체계와 질서 정돈, 내각의 통일적 지도와 지휘 보장 등 경제토대의 재정비를 요구했다. 이것 또한 김정은의 할아버지(김일성) 때부터 강조해온 내용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가 안 될 경우 또다시 주민들에게 총 동원령을 내리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인다. 지난 시기 ‘200일 전투’와 유사한 동원 경제를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앞으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외교·군사적으로 자주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공세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또한 체제유지를 위한 군사적 시위에 불과할 것이다. 

북한이 ‘정면 돌파’로 간다고 하면서 자력갱생을 내세워 국제사회와 담을 쌓는다면 생산 성과와 효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무리한 구호에 이끌려 경제 각 분야가 엉뚱한 곳에 자원을 동원하고 생산력을 낭비하는 왜곡 현상이 많아질 것이다. 정면돌파는 매우 역동적인 구호이지만 구호가 요란할수록 역설적으로 주민들은 더 가난해질 것이다. 

오늘의 북한 경제상황에서 가장 매력적인 돌파구는 외부투자 유치와 민간 자율에 의한 효율적인 경제시스템 구축에 있다.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요란한 구호를 제시해도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노동당이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구조개혁과 개방을 하는 등 인민을 위한 실제적인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대담하고 혁신적인 제도변화가 필요하다. 계획에만 의존해서 문제를 풀 수 없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등 주변국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이 시급하다.  

이와 반대로 가는 노동당 최고지도부는 정면돌파의 대상이 될 뿐이다. 오늘의 국제사회는 북한이 확실하게 신뢰만 보여주면 얼마든지 포용하고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다. 핵과 경제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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