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수매량정성의 축소 개편이 北 경제에 시사하는 세 가지 

2018년 10월께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곡물을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현재 북한 경제는 계획경제가 천천히 퇴화하고 시장 경제가 양적으로 확대되가는 추세이다.  

북한 정부의 경제기구는 노동당의 정책에 따라 그 명칭이나 역할, 존폐 여부가 결정된다. 건국 초기에 형성된 제도와 기구들이 오늘까지 유지되는 것도 있지만 많은 기구들이 생성, 변화 소멸되기도 했다. 

북한의 경제기구는 국가의 경제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를 고비로 북한 경제질서가 붕괴되면서 계획 질서에서 시장 질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북한 농업 관계자가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내각의 수매량정성이 농업성의 수매량정국으로 축소 편입되었다. 

내각 수매량정성은 협동농장에서 국가의무수매계획으로 지정된 알곡을 수매 받아 군대와 도시 주민, 공장, 기업소들에 공급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북한은 해방 이후 1948년 9월 농업성을 조직하면서 추곡 수매와 농수산물 생산 조정, 분배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농업성 안에 수매량정국을 조직하였다. 

이후 식량정책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국가의 통제에 의한 배급 제도를 강화할 목적으로 농업성 수매량정국을 분리하여 수매량정성으로 승격, 개편하였다.

지난 기간 수매량정성은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식량의 공급을 관리하는 것으로 하여 북한의 행정기관 중에서도 가장 먹을알(자체 수익)이 많아 간부들이 선호하는 기관이었다. 

수매량정성은 중앙으로부터 도(인인위원회 수매량정국), 시, 군(수매량정부)에 이루기까지 정연한 행정 체계를 가지고 있다. 

도급에는 양정사업소, 양곡기동대, 양곡 검열기관, 양곡창고, 양정자재상사 등의 기관이 있으며, 시(군) 단위로 양정사업소, 기동중대, 지역배급소, 양곡 수매소, 등의 기관을 가지고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북한의 내각이 수매량정성을 축소하여 농업성 산하에 배치한 변화는 노동당이 시장 질서에 따라 운영되는 경제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국가가 더 이상 주민 전체에 대한 식량공급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군인과 공무원, 교사, 특별공급 대상만이 국가 책임이다. 

지역 식량배급소가 식량판매소로 바뀌는 등 계획적 공급이 시장에 의한 판매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필수적으로 업무의 변경과 축소를 수반하게 된다.

다음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내각의 기관이나 기구를 축소, 소멸, 갱신할 수 있는 노동당의 위상을 들 수 있다. 북한에서는 국가 사무나 경제기구 위에 노동당이 있다. 

노동당의 필요에 맞게 경제기구 역할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일종의 권력기구 간 뉴딜(New Deal)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권력화 된 기구에 대한 견제구일 가능성이다. 

경제부처들의 잦은 변화는 경제 상황이 불안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불안한 경제는 관료들 속에서 위기의식으로 각인되어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하고, 부정부패를 조장해왔다. 

최근 북한 관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관직에 오르면 재산을 모으는 것부터 생각하고 수매량정성은 그러한 부패의 주요 온상이라 할 만한다.  

북한에서 노동당의 눈에 나면 개인은 물론 국가기구도 바로 없애 버린다. 북한의 노동당은 언제나 개인 또는 개별적 기구의 권력이 커지는 것에 적대적이다. 

노동당은 권력이 유지되는 한, 지배 사회와 엘리트 계급을 속옷 바꿔 입듯이 갈아치울 수 있다. 만경대가문 이외의 일반가문이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매량정성의 축소와 같이 국가기구의 축소 이전이나 변화가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명백한 것은 근본을 바꿔야 경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정상화되고 성장하려면 일정한 사회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안정된 사회적 질서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은 시장경제의 필수 조건이라 할 것이다. 즉 노동당과 최고지도자가 내각의 경제기관에 대하여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통제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관대하고 호의적이어야 한다.

오늘의 북한제도는 수직적 위계를 생명으로 여긴다. 결국 꼭대기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특권과 권력을 누린다. 진정으로 경제의 정상화를 원한다면 수직적 위계(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를 확실하게 개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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