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북한 평민들이 소고기 맛을 볼 수 있는 축산 개혁의 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운곡지구종합목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속되는 경제부문 시찰이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다. 4월 미북 핵합의 이후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을 본격적으로 실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두달 여간 전국을 돌며 건설현장, 공장, 농장, 관광시설까지 30회를 넘는 경제시찰을 했다. 이번 경제부문 행보의 특징은 단순 방문이나 격려, 성과 부풀리기 차원이 아니라 건축, 경공업, 농업, 관광 등 산업 현장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지도 점검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축산 부분 시찰내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초 평안남도 운곡지구 종합목장을 둘러보고 “육종사업과 사양관리방법을 과학화하고 현대화 수준을 높여 축산에서 선진국가 대열에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장은 김정은 일가의 고기 식자재를 제공하는 전용 목장으로 북한에서는 주석목장으로 불린다. 김 위원장은 축산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면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라고 지시하는 등 따끔한 질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의 축산 발전은 연구자들의 불굴의 의지나 연구 여건을 개선한다고 해서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가축 육종 문제는 북한 축산 분야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폴란드의 피라미드식 육종체계를 도입해 발전시켜왔는데 1990년대 경제난을 거치면서 우량 육종 번식과 개량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북한 전체 소 사육두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기구 등은 현재 북한의 소 사육두수를 577,000마리로 측정하고 있는데, 이 숫자는 1963년의 685,000마리(조선중앙연감)보다 18% 더 적은 것이다. 이 소들은 대부분 농업용이다. 북한에 있는 안변 소목장, 중화목장, 송암 명기목장 등에서 육용소(육우)를 사육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북한 전체주민의 1%도 안 되는 고위층을 위한 것이다. 북한 지역에서 소고기는 수요를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북한지역에서 소를 식용보다는 주로 역용(농업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소를 가축 개념보다는 생산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다. 북한 농기계는 트랙터와 이양기 정도인데 이마저도 20-30년 정도 노후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고장이 나면 부품 조달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기능도 떨어져 실제 생산 기여도가 낮다. 여전히 북한 농장에서는 농작물이나 비료 운반, 논·밭갈이에 주로 소를 이용하고 있다.

소가 나이가 들거나 영양상태가 떨어져 역용으로서의 사용가치가 떨어질 경우에만 비육(肥育)하여 고기로 내는 체계이다. 북한의 소들은 대부분 갈비뼈가 가죽에 드러날 정도로 영양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지역을 관찰하거나 실제 농촌을 찍은 사진들에도 이런 영양 부족은 쉽게 드러난다. 북한 산림이 황폐화 되면서 초지가 사라지고, 곡물이나 사료, 짚이 부족해서 겨울에도 충분한 영양보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농업 생산에 동원되면 쉽게 질병에 걸려 폐사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한이 축산물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농민들이 농업 생산을 늘리기 위해 자율적인 판단과 투자를 하게 하면 굳이 소를 동원해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어진다. 당국의 농업 지도 관리와 방침을 없애고 농민과 시장이 이 기능을 대신하면 증산을 통한 이익 향상을 위해 농기계 도입을 알아서 추진할 것이다. 선진 농기계가 도입되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게 자명하다. 국가 쌀독의 책임을 정부와 농민에서 시장과 농민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개혁을 통해 소는 농업 생산도구의 임무에서 해방되고, 전쟁 예비 물자 개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막대한 자원과 노력이 소비되는 고기용 소의 육종 연구보다 훨씬 쉽고 성과가 좋은 방식이다. 당국은 발전된 외국 축산업과 적극적으로 교류를 통해 선진 육종 개발과 보급 문제를 해결하고, 질병 예방 및 사료 보급에 힘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러한 변화 없이 육종 개선 연구를 독려하는 것으로는 축산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소를 농업생산에서 해방시키는 일이 북한 주민들이 소고기맛을 볼 수 있는 선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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