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北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제 풍토병으로 정착하는가

돼지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4월 23일 태천돼지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달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이후 10일까지 14개 농가에서 확진됐다. 벌써 한 달이 다 돼가고 있지만 확산 추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전체 양돈농가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양-포천-철원을 완충지역으로 설정해 ASF 남하를 막기 위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ASF 확산과 별개로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방역 대응 메뉴얼에 따라 군부대까지 투입해 비상 대처를 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북한에서 축산 분야를 담당했던 필자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ASF 발생으로 피해를 본 국내 농가에 대해서는 긴급 생활 안정자금이 지급되고, 살처분 대상 농가에도 충분하지 않지만 보상이 이뤄진다. 

민통선에서 사체로 발견된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이 질병이 북한에서 넘어왔다는 의심이 굳어지고 있다. 정보기관에서 밝혔듯이 이미 북한 지역 양돈 산업은 초토화 됐고, 돼지고기 가격도 크게 올랐다.

북상협동농장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발생한 자강도 북상협동농장 위치(빨간색 원). /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북한이 지난 5월 25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고 OIE(세계동물보건기구)에 보고했을 때는 이미 북한 전역에 확산이 된 상태였다. 필자는 북한이 국제기구에 자강도 우시군이라고 보고한 것은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최초 발병은 평양시와 황해북도 사리원 지역인 것으로 파악된다. 부실한 늑장 대응으로 바이러스가 전국에 확산이 되어 개인들이 집에서 1~2마리씩 키우던 돼지들은 거의 전멸되었다. 평양시, 황해남도, 황해북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자강도 지역의 피해가 특히 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축산 및 수의 방역부분의 열악한 현실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실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북한 양돈업계에서 배합사료의 생산의 부족으로 ASF의 주요 전파 경로인 잔반 사육이 대부분 지역에서 이뤄진다. 

도축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다보니 마을 주변의 강이나 하천, 우물, 수돗가 등에서 무질서한 도축이 이뤄지고 있다. 열병으로 쓰러진 돼지들을 열처리해서 묻기는 커녕 전국의 강하천에서 도축해 잡아먹거나 내다 팔면서 북한 전역이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것이다. 스페인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국가들이 ASF 퇴치에 30년 넘게 걸린 상황이 북한에 재현될 수 있다.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부 국경지역인 신의주(평안북도)와 만포(자강도), 혜산(양강도)에서 당국의 돼지고기 유통 금지 지시가 내려왔지만 골목장에서는 계속 판매되고 있다. 

정부 대응도 미미해서 북한 신문과 방송 등은 이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심각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소수의 수의방역 부문 일꾼들에게 책임을 강조하는 수준이다. 여전히 일반 주민들은 돼지가 갑자기 죽어나가도 감기처럼 앓다가 죽는다고 생각하고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전 지역에서 ASF는 계속 발병하고 있고 앞으로 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단순히 양돈농가들에 해당한 것이 아니라 북한 전체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 대북제재가 지속돼 시장이 불경기로 전환됐고 올해 농사도 가물과 태풍이 번갈아 발생해 농업생산량도 작년처럼 부진할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대동강돼지공장
대동강돼지공장. / 사진=조선의오늘 핀터레스트 캡처

식량부족과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돼지고기 부족으로 주민들의 영양상태는 악화될 것이다. 단백질 공급 부족은 군부대 같은 집단 급식 대상들의 영양 부족을 불러올 것이다. 이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돼 각종 전염성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다가오는 겨울과 이어지는 보릿고개를 넘어가기 위해 애쓸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겨울이면 발진티푸스, 여름이면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등이 주민들을 위협한다. 북한 사람들이 하는 말로 결핵은 주로 못사는 동네를 골라 다니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드러눕게 만들 것이다.  

ASF 확산으로 주민의 삶이 위기에 처했는데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무기와 미사일 발사 시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용이든 무엇이든 그 목적이 있더라도 지금은 그 노력과 재원을 ASF 방지에 투입해야 한다. 

북한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방지를 위한 남북협력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왔다. 북한에서 ASF가 풍토병처럼 정착하면 한국 양돈산업은 상시적인 위기에 노출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민의 생존, 남북한 공동의 축산 안보를 위해 북한은 하루빨리 남북협력에 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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