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침해 가해자 DB 구축… “인권 개선-피해자 보호 기대”

NKDB가 19일 ‘북한인권 가해자 데이터 구축과 책임규명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가영 NKDB 인권조사 디렉터가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 명단을 공개하고 이를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NKDB 유튜브 캡처

국내 시민단체가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 책임규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DB)를 19일 공개했다.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에 대한 책임규명과 법적 절차를 위한 자료가 축적의 기반이 마련돼 인권 개선과 피해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이날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북한인권 가해자 데이터 구축과 책임규명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가영 NKDB 인권조사 디렉터는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 DB 구축은 최근 국제사회가 촉구하는 ‘책임규명’ 필요성에 대한 부응이다”면서 “(DB 구축은) 앞으로 NKDB가 본격화할 북한인권 책임규명 작업의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유엔인권대표최고사무소(OHCHR)는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법적 절차를 위한 자료를 전자 보존소에 저장하고 있다.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에 국내 시민단체도 발 맞춰 자체적으로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 디렉터는 “DB를 구축해 북한인권 가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획득 및 축적했다”면서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가해자 정보 확보 시도에 대한 협력 구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NKDB는 2010년대(김정은 정권) 발생한 인권 피해 사건 피해자 및 증언자, 2010년대 북한 정부 기관(보위부, 보안서, 검찰소 등) 근무자 등 30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NKDB는 면접결과를 바탕으로 시, 군 보위부, 보위원, 교화소 경비, 도 집결소장, 분주소장 등 총 30명의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김 디렉터는 “DB 구축으로 효과적인 북한인권 책임규명을 위해 요구되는 가해자 및 가해 기관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복수의 자료들과 효율적인 연계가 가능하도록 가해자 인적 정보 및 관련 사건을 체계화했다”고 했다.

한명섭 대한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장이 19일 열린 ‘북한인권 가해자 데이터 구축과 책임규명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NKDB 유튜브 캡처

또한, 북한인권 가해자 데이터 구축이 인권침해 예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명섭 대한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장은 “남한이 북한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침해 상황을 기록하는 그 자체가 특인권침해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들에게 주는 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동독 인권 침해 가해자들은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 설치 이후 자신의 인권침해 사실이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행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NKDB의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 DB 구축도 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어 그는 “인권침해 기록을 바탕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을 상대로 문제점을 지적, 스스로 인권 개선을 해나가도록 촉구할 수 있다”면서 “남북한이 통일되었을 때 제기되는 과거청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역할이 미비하고 활동, 실적도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2019년 10월 이후 관련 활동은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다”면서 “북한인권침해 신고 상담 전화도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으나 상담 실적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일반 국민이 정부(통일부) 업무의 구체적인 통계조차 확인할 수 없다”며 “이는 북한 인권침해 기록물에 대한 통일부의 인식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추진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자료 공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북한인권기록센터로부터 이관받은 자료는 공공기록물이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해당 내용을 분석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권침해 기록 중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미래의 형사소추를 목적으로 피해자를 상대로 추가 진술을 확보하고 가해자를 특정하여 입건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현재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는 단 1명의 검사도 근무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인권침해) 범죄 혐의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로 전환해 피해자 진술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가해자를 더 구체적으로 특정해 형사입건하는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