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이젠 대학생이 나설 차례”

“운동권 대학생들은 이제 주관적 아집을 버리고 북한인권문제 말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생운동권 내부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하나의 의제로 채택되지 못하고 소수 학생들이 북한인권개선운동을 해왔다. 지난 2003년 12월 <북한인권학생연대>가 결성되면서 운동권에서 북한인권문제가 회자되긴 했지만 기존 학내 분위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2월에 열리는 <북한인권대학생국제회의>에 15개 대학생 북한인권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대학생들도 다수 참여한다.

<북한인권대학생국제회의> 김익환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주사파 출신이다. 지난 3일 준비위원회가 발족된 이후 그는 대회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현재 저는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를 맡고 있고 북한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서강대 북한통일정책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몇몇 분들이 대학원생인 제가 대학생들과 활동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합니다.

고 문익환 목사님도 50대 중반 이후에 통일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70년대 당시의 시국은 통일운동을 하기에 대단히 어려웠고 80년대에 접어들면서 문목사님은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나이 환갑이 훨씬 넘었습니다.

비록 제가 대학생들 보다 나이는 많지만 북한인권 실현에 대한 ‘신념’만 있다면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실체가 밝혀지면서 주사파에서 전향”

-대학 다닐 때부터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나요?

저는 대학시절 ‘주사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북한추종을 한 셈이죠.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대량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북한의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주사파 내부에 많은 갈등과 혼란이 있었지만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을 무조건 지지, 옹호했던 우리 내부의 습성은 북한이라는 나라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사라지고 자성과 반성을 하기에 이르렀고 북한인권실현이 시대의 사명이라는 결론을 맺게 되었습니다.

특히 강철환, 안혁씨가 쓴 수기 ‘대왕의 제전’를 밤새워 봤는데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 ‘전향’을 하고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북한인권개선 활동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운동권들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당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조건 지지, 옹호했던 북한이 우리가 원하던 ‘이상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시대정신도 바뀌게 됩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과거의 생각을 갖고 있으면 그것이 ‘수구’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의 신념과 사상도 진화해야 합니다. 주관적인 사고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면 아집이 됩니다. 바로 기존 운동권들이 이런 아집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반진보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팩트(fact)에 기초한 사고가 기존 운동권들에게 필요합니다.

-10월 19일 민노당 학생위원회는 “북한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기사를 봤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민노당 학생위에서 ‘정치적’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오히려 그들이 정치적이며,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정치적인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권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입니다. 그들이 정말로 양심 있는 지식인이라면 만천하에 밝혀진 북한인권문제를 정치적이라고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북한인권, 학생운동의 새 어젠더 돼야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로서, 이 단체 소개를 해주신다면?

2003년 12월 <북한인권학생연대>가 결성되면서 북한인권개선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처음 결집하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연대>가 있기 전에는 운동권 학생회와 학생단체라는 한계 때문에 북한인권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학생연대가 생기면서 학내 여론화 및 실천 활동을 꾸준히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간 <학생연대>는 북한인권 개선촉구 자전거 행진, 음악회, 통일부와 인권위 항의방문을 매해 실시해왔고 현재 대표적인 북한인권 학생운동 단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학생연대> 소속 대학에서는 학내 여론형성을 위해 사진 전시회와 북한인권 아카데미, 북한인권 개선 실천주간 설정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12월 대학생국제회의는 어떤 행사가 있나?

지난 3일 준비위원회가 발족을 했습니다. 15개 단체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선출했습니다. 집행위원회에서는 행사 전반에 걸쳐 실무적인 일을 도맡아서 준비하고 저같은 경우 외부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참가 독려를 하고 있습니다.

11월 26일 서강대에서 대학생심포지엄, 12월 9-10일은 본행사 기간으로 첫날은 워크샵, 둘째날은 국제회의가 진행됩니다. 국제회의가 끝나면 청계천에서 ‘거리 캠페인’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달 11월 23일 전후로 해서 정부의 UN인권결의안 찬성을 촉구하는 항의방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선 북한인권문제가 국내 대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대학생들이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또 북한인권 활동을 열심히 해온 북한인권대학생단체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더욱 가까워지고 상시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되면 보다 체계적이며 효과적으로 북한인권을 알려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국내 운동권에게 자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북한인권문제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했지만 유독 남한 운동권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세계적인 흐름에 맞혀 남한 대학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으면 합니다.

정부, UN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해야

–<북한인권국제대회> 부대 행사로 대학생국제회의를 진행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사회단체들이 총망라하여 국제대회에 참가합니다. 그중 학생부문에서 우리가 참가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사업 기조와 방향이 같습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학생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하려고 합니다.

UN 북한인권결의안 찬성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가 이미 준비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정부의 대북정책, 특히 인권결의안을 기권하거나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가 이렇기 때문에 학생들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한 민주화의 여부가 통일한국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민주화에서 북한인권실현은 핵심적 사항입니다.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습니까?

-대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거 80,9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핵심은 대학생들이었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민주사회를 이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향후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북한의 민주화이며 북한인권 실현입니다.

과거 대학생들이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듯이 북한민주화 운동에 우리 대학생들이 나서야 합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양심과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가슴에 새겨둡시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