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개적인 증언을 한다고 누가 저더러 선글라스를 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선글라스 없이 여기 섰습니다. 제 얼굴에 무언가를 씌우는 것은 북한인권을 포장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저는 사실 그대로 증언하기 위하여 맨 얼굴로 섰습니다.”
30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고려대학교의 주최로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서울 국제심포지엄’에 북한의 인권 실태와 탈북과정 등을 증언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탈북자 이소연 씨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자신의 의지를 이같이 표현했다.
이 씨는 4군단 사령부에서 상사 계급으로 10년을 복무한 경험을 소개한 뒤 “탄광과 수출 피복 공장 등에 나가 일을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열악한 경제난을 증언했다.
이 씨에 따르면 그의 탈북 과정은 인신매매와 생사를 건 도망의 연속이었다. 이 씨는 “브로커가 저를 다른 브로커에게 팔아넘기면서 일명 ‘뜀뛰기’를 하라고 시켰어요. 일단 갔다가 도망쳐서 다시 오라는 것이죠. 다시 팔아넘길 수 있게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인신매매를 당하다가 종국에는 브로커와의 갈등으로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북한 국경수비대에게 다시 넘겨지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씨는 “죄라면 북한에서 태어난 죄 밖에 없는데 이러한 고난을 겪는다고 생각하니 슬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 대표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을 결의한 것을 두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숄티 대표는 또 현재 많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사정에 대해 눈을 뜨고 있다면서 “(인권단체 및 국제사회가)라디오방송과 대북전단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북한이 비록 70여 년 동안 주민들을 격리·억압·세뇌시켰지만 “(그 어떤 노력도)자유를 향한 인간 본능을 말살하지는 못 한다. 못이 자석으로 모이듯 자연히 자유를 향해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조명철 국회의원, 김병철 고려대학교 총장, 홍진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박수길 유엔협회세계연맹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