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기록, 존엄성 회복에 방점…北주민에 희망되길”



▲서두현 북한인권기록센터장. /사진=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 제공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출범한 지 오늘(28일)로 두 달째다. 기록센터가 개소한 9월 28일은 우연히도 1950년 6·25전쟁 중 국군과 연합군이 서울을 수복한 날과 겹친다. 이에 서두현 북한인권기록센터장(사진)은 최근 진행된 데일리NK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센터도 9월 28일 개소를 계기로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고 인간 존엄성을 되찾아주는 일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센터장은 “우리 정부가 (북한)주민 여러분이 겪고 있는 인권 침해 실태를 기록하고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니, 이 같은 노력이 북한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한 줌의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센터장이 됐다는 데 매우 큰 사명과 책임을 느낀다. 센터가 법의 취지에 따라 활동 계획을 잘 설계하고 토대를 다져갔으면 한다”면서 “향후 북한인권기록센터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북한 주민의 존엄을 회복하고 행복을 보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 센터장은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조사·기록 업무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했다는 건 매우 큰 의의가 있다. CCTV가 설치돼 있는 데서 행동을 조심하게 돼 듯이, 누군가 계속 인권 침해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는 건 북한 당국에게 상당히 큰 심리적 압박을 줄 것”이라면서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실태를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에도 적극 알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실제 동서독 분단 시절, 서독 잘츠기터에 동독의 인권 상황을 기록하는 중앙법무기록보존소가 세워진 시점을 계기로 동독 내 인권 유린이 억제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게 통일 후 밝혀졌다”면서 “북한인권기록센터도 부한 당국으로 하여금 주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억제하도록 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 센터장은 “정부 차원에서 공신력 있는 북한인권 기록을 생산함으로써 국제사회에게도 더 큰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센터가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축적된 데이터를 보며 국내외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인권 유린 책임자 명단 역시 작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향후 사법 절차에 따라 북한인권 책임 추궁을 하는 데 명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독일 잘츠기터 중앙법무기록보존소와 캄보디아 과거 청산 작업 등이 그 선례(先例)다. 다만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해 서 센터장은 “조금 더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인권 침해 사례는 아동과 여성을 포함한 일반 주민부터 수감자, 해외노동자, 납북자 및 국군포로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센터 측에게도 다각적인 실태 조사 방법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서 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북한에 들어가 조사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탈북민 전수 조사를 통해 인권침해와 관련한 증언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납북자나 국군포로의 경우 가족들의 증언까지도 기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간 관계부처들과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위한 다각적인 협의를 진행해왔고, 자체적으로 조사원을 선발해 북한인권 실태 조사 및 기록 능력을 익히도록 했다”면서 “이밖에도 관계 기관과 일반 NGO들로부터 북한인권 기록과 관련한 노하우도 전수 받고 내부적으로는 모의 조사도 실시했다”고 말했다.

기존 민간단체 등이 시행해온 방법과 크게 다른 게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 센터장은 “북한 전환기와 통일 후 (인권 범죄에 대한) 법적 처리까지 대비해 기록하고 있다”면서 “인권범죄 청산 과정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사에 참여한 탈북민에게서 문답서와 진술서를 받고 지장까지 찍게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경우 본인 동의 하에 영상 촬영이나 녹음도 진행한다”면서 “이후 이 자료를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로 이관까지 하는 게 민간단체에서 해온 활동과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해온 민간단체들이 센터 설립 이후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서 센터장은 “관련 민간 NGO 단체들과 향후 어떻게 협력해나갈 것인지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인권법이 발효되기까지 11년 간 표류할 동안, 시민 단체들이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이사진 구성 문제로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데, 재단이 일을 시작하며 민간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틀도 더욱 체계적으로 갖춰질 것이라 본다”면서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출범이 자칫 민간 차원의 기록 활동을 퇴색시키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센터 입장에서도 북한인권재단이 하루 빨리 설립돼 민간을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노동자 인권 실태 조사와 관련, 서 센터장은 “노동자들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정부 차원에서 현장 조사를 할 경우 해당 국가와의 외교적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면서 “해외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통감하고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공관이나 여러 연구기관이 수집한 관련 정보들을 활용하는 문헌 조사 계획도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