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데일리NK |
북한인권법안이 외통위를 통과하는 데만 4년6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여야간 인식 차이가 큰 법안이다. 여전히 민주당이 본회의 통과 저지를 공언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도 녹녹치 않을 전망이다.
2008년 국회에 첫 등원을 시작하면서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한 윤상현 의원은 22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북핵·안보·남북관계 등 난제(難題)를 푸는 ‘Key Solution'”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외교·국방·남북문제들을 살피다보면 구체적인 북한 상황에 접근하게 된다”며 “그 현실을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고민한다면, 왜 북한인권문제가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인지 이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윤 의원은 “2300만 북한동포들이 훗날 우리에게 “동포가 인권 없는 죽음의 땅에서 신음할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 묻는 질문에 우리가 그 답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라며 북한인권법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윤 의원은 “‘인권’이 왜 ‘인류보편의 가치’이고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지 이제 우리가 북한을 향해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안을 ‘반(反) 북한 주민 법안’이라고 공격하는 데에 “이치에 맞지도 않고 비겁한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법안 평가를 북한 주민들에게 맞겨보자고도 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이 ‘뉴민주당플랜’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며 “‘플랜’을 ‘행동’으로 이행하지 못하면 그건 플랜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윤 의원은 이어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당내 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윤 의원은 법안이 2월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당의 공언(公言)이 허언(虛言)이 됐으니 기꺼이 비판받아야 한다”며 “철저하지 못한 자세로 다수당의 이름값을 못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자성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음은 윤상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최근 국회통과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먼저 이 법안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 달라.
스탈린은 1936년에서 38년 말까지 100만 명을 학살했다. 그가 죽은 1953년까지 1,000만 명이 희생됐다. 김정일 치하에서 북한주민은 어떤가? 1995년 하반기에 50만 명이 굶어죽었고, 96년엔 100만 명이 아사했으며, 97~98년엔 200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소련의 강제수용소에선 100만 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생명을 빼앗겼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선 과연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고, 또 지금도 희생되고 있을까? 스탈린 체제는 무너졌고, 소련도 해체됐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지금도 ‘거대한 감옥’안에 갇혀 고통 받고 있다.
그 2300만 북한동포들이 훗날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우리가 인권 없는 죽음의 땅에서 신음할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그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가? 북한인권법은 그 답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 길은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이 왜 ‘인류보편의 가치’이고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지 이제 우리가 북한을 향해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이 지난 2005년 8월 처음 발의된 이후 상임위 통과에만 4년6개월이 걸렸다. 북한인권법이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논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논란거리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2005년 8월 발의됐던 법안을 당시 17대 국회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덮어버려 끝내 폐기시켜버린 게 바로 열린우리당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열린우리당 프레임’, ‘열린우리당 정치방식’에 갇혀있는 민주당이 과거와 똑같은 ‘평양 눈치보기’, ‘김정일 심기보호’의 잘못된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따져봐야 하는 것은 ‘법안’이 아니라, 그 법안을 바로 읽지 못하는 ‘눈’에 있다.
-현재 이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4월 국회통과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법사위는 법안의 형식과 자구심사만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상정조차 거부한 것은 ‘월권’이자 ‘규정위반’이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를 일개 ‘바리케이드’정도로 추락시키는 이런 행위는 의회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규정위반, 월권행위가 4월 회기에도 반복된다면 ‘정상적 절차’로 그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본다. 법사위가 자구심사조차 못한다면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면 통과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을 올해 안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지도부에서 수차례 피력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조건에서도 북한인권법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당내 의원들의 무관심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의 공언(公言)이 허언(虛言)이 됐으니 기꺼이 비판받아야 한다. 철저하지 못한 자세로 다수당의 이름값을 못했다. 잘못한 일이다. 민주당의 반대로 법사위에 상정조차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국회가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북한인권법에 대해 민주당은 “외통위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법사위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과를 막겠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어떻게 해서라도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했고, 송민순 의원도 “북한 인권을 증진하는 법안이라기보다는 역설적으로 ‘친(親)북한정권법안’이자 ‘반(反)북한주민법안’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이치에도 어긋나고 비겁한 소리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북한주민들 앞에서 해보라고 하라. 지금 우리 라디오방송 전파가 북한 땅에 들어가서 북한동포들이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국회는 이런 사실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있어서, 훗날 북한동포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反북한주민법이었는지 아닌지는 그들이 얘기해줄 것이다.
-지난 2008년 의원님이 북한인권법을 발의 한 것에 대해 주변에서 김문수 의원에 이은 새로운 북한인권 지킴이가 탄생했다는 말도 나왔다.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발로 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것이 2004년이다. 제가 2004년에 국회에 등원했다면 같은 해에 북한인권법을 발의했을 것이다.
외교·국방·남북문제들을 살피다보면 구체적인 북한상황에 접근하게 된다. 그 현실을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고민한다면, 왜 북한인권문제가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인지 이해할 수 있다. 북핵문제든, 안보문제든, 남북관계든 이 문제를 건너뛰고선 해결책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같은 이유로 북한인권문제는 그런 난제들을 푸는 ‘Key Solution’이다.
북한동포들에겐 ‘자유’라는 개념은 있어도 ‘인권’이라는 개념은 없다. ‘자유’는 존재하진 않지만 염원하는 꿈이다. 그러나 ‘인권’은 아예 그 의미자체를 알 수 없는 말이다. 북한 땅에서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고, 누구도 말하지 못하고, 누구도 누려보지 못한 것, 그것이 인권이다. 내가 그 곳에 속해있다고 생각해보자. 단지 그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너무도 부당하지 않은가?
제가 하는 일은 작은 일에 불과하다. 지금껏 어려운 환경에서도 탈북자들의 무사입국을 위해서, 북한동포에게 세상의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 또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해체를 위해서 묵묵히 애써 오신 분들이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분들이 쌓아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7일 ‘북한인권개선’ 의지를 포함시킨 통일·외교·안보 분야 뉴민주당플랜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당 정책노선에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민주당은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언급조차 꺼려왔는데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플랜’을 ‘행동’으로 이행하지 못하면 그건 플랜이 아니다. 민주당은 그간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해왔고, 완전하게 외면해왔다.
북한인권법은 참혹한 북한주민의 인권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장치들을 담고 있다. 민주당이 북한인권문제를 계속 외면할 것인지 아닌지는 이 법의 실제 이행과정에 함께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실제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변했다고 말할 수 없다.
-최근 북한의 장래에 대해 주변국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캠벨 미 차관보는 김정일 수명을 3년으로 본다는 말까지 했다. 우리사회에서도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이 가장 선결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폐쇄적인 북한사회의 속성상 급변사태는 일이 일어난 이후에나 외부에 알려질 것이다. 어쩌면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미래 가능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다. 김정일의 자연수명이 얼마 남았든 이미 안정적인 통치궤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부터 2012년 전후까지 3년여 간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현 정부, 그리고 차기정부가 이에 얼마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북한 급변사태는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정보력’과 ‘상상력’이 중요하다. 지금까진 ‘연습’이었지만 앞으론 ‘실제상황’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교안보당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빈틈없이 챙겨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실전계획에 따라 모의훈련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그동안 남북관계의 공과 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여간 지속된 북한의 도전에 잘 대응해왔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경색심화를 지적하지만, 그 이전에 먼저 북한이 그간 얼마나 끊임없이 도발행위를 이어왔는지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과거 대북정책이 북한에게 ‘도발 후 보상’, ‘협박 후 지원’이라는 잘못된 계산법을 심어준 결과가 지금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원칙을 지켜냈고, 그것으로 끊임없이 이어져온 위기를 잘 관리해왔다. 그런 힘으로 지금 북핵문제에 대처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모아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