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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잘했을 때는 칭찬도 해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찬성 입장 발표! 잘했다. 훌륭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 인민들도 노무현을 재평가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북한인권 운동의 큰 승리다. 북한 인권시민연합,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한 북한인권 운동 단체들은 거의 10년간 북한 인권을 위해 불철주야, 전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미국으로, 남미로, 아프리카로, 유럽으로, 일본으로….. 그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포위 압력에 드디어 노무현 정부가 손을 든 것이다.
물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요인이 있을 것이다. 반기문 총장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겨서는 안된다는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북한 인권 단체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이미 국제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 인권 단체들은 이번 한국 정부의 찬성표를 결코 폄하할 필요는 없다.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함으로써 참여정부는 햇볕정책의 금기선을 드디어 넘었다. 햇볕정책의 핵심은 김정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햇볕정책은 김정일의 심기를 건드리면 북한이 도발하고 이에 미국이 무력 대응하면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논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결의안이란 무엇인가? 김정일이 공화국 압살책동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인권결의안은 김정일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햇볕정책 지지자들도 김정일의 심기를 건드리더라도 전쟁은 안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햇볕정책의 가정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나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나아가 북한 인권 제기가 향후 대북 협상에서 남한 정부의 주도권을 쥐는 데 도움이 되는 국면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미국, 일본은 이미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예산까지 지원하고 있다. 북한인권특사도 임명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북한 인권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하면 적어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노무현의 인기는 치솟을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은 역사에서 재평가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한국 국회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첫째, 한국 국회는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한나라당 대다수가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동의하고 열린 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도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북한인권법은 다수의 동의로 통과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둘째, 한국 정부는 현재 통일부 소관으로 있는 북한 인권 관련 부서를 외무부로 이관해라. 어차피 통일부는 대북 협상해야 할 부서이다. 그런데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과 각을 세워야 할 문제이다. 또 북한 인권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라기 보다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고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 따라서 외교부가 북한 인권의 주무 부서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통일부 남북 협력 기금 중에 북한 인권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예산은 외무부의 북한 인권 기금을 새로 설치하여 이전하라. 동시에 남북 교류 협력 기금 예산 배정도 북한 인권 개선 효과를 중심으로 우선 순위를 재배정해야 한다.
넷째, 외교부 산하에 북한 인권 대사를 임명하라. 미국, 일본 모두 북한 인권 특사를 임명해 두었다. 또 내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인권 문제를 유엔 총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국제 공조를 위해서도 그렇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반 총장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도 북한 인권 전임 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끝으로 북한인권을 위해 그동안 헌신하신 분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북한 인권 운동 10여년 만에 조그만 승리를 하나 거두었습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가야할 길이 아직 아득히 멀지만 오늘 하루는 한국정부의 입장 전환을 기념해서 자축의 날을 여시기 바랍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