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내가 제네바에 있는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 처음 참가한 것은 지금부터 13년전인 2000년이었다. 그 때는 유엔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로 개편되기 전인 유엔인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ssion) 시절이었다.


그 당시 각국의 대표들, NGO들과 만나면서 주장했던 것은 유엔인권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teur on NK Human Rights)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북한인권운동가들이 이 요구를 줄기차게 주장한 결과 특별보고관은 2004년 처음 임명되었다. 4년 만에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13년이 지난 이번에는 특별보고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조사 기구인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이하 COI, Commission of Inquiry on NK Human Rights) 설립을 위해 제네바에 도착했다. 그리고 COI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COI는 특별보고관 제도와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일단 조사기구의 규모 면에서 특별보고관은 자원봉사자인 특별보고관 1인(현재는 Marzuki Darusman)과 보좌관 1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에 반해 COI는 수당을 받는 조사위원 3인과 보좌 스태프 10~20인 정도로 구성된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사 내용의 질적인 차이다. 특별보고관은 북한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COI는 인권침해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한다. 그리고 COI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엔안보리로 하여금 국제형사재판소에 가해자를 기소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학자의 모니터링 보고서 정도이지만 COI는 경찰의 조서에 해당하는 것이다.


때문에 COI가 북한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특별보고관에 비해 훨씬 크다. 처벌될 수도 있는 인권침해 가해자의 이름을 적시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거주하는 가해자들은 나중에 북한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자신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압박을 받는다. 물론 그 인권침해 가해자 명단에는 북한의 고위급 지도자들의 이름이 포함될 수도 있다.


북한 COI 설립도 특별보고관 임명처럼 주창한지 4년만에 목적을 달성할 것 같다. 필자가 유엔에 북한인권 COI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이다. 당시 필자와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가 주축이 되어 COI 구성운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 필자는 이 COI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2009년 11월 런던의 영국정부와 의회, 브뤼셀의 EU,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방문하여 COI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냈다. 그리고 2010년 5월에는 서울에서 노르웨이의 본데빅 전 총리,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을 모시고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2010년 9월에는 다시 한번 브뤼셀의 벨기에 정부, 독일 정부, 프랑스 정부를 방문하여 COI 설립의 동의를 받아냈고 2011년 한 번 더 유럽의 독일, 영국, 체코를 방문하여 COI 설립 지지를 이끌었다.


COI 설립의 결정적인 모멘텀을 만들어 낸 것은 2011년 동경에서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Int’l Coalition to Stop NK Crimes against Humanity)를 창립한 것이었다. 필자와 미국의 Human Rights Watch, 영국의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등이 주축이 되어 전 세계 40여개 인권단체들이 COI 설립이라는 단일 목표를 위해 연대체를 결성한 것이다. 이 40여개 인권단체들은 자신이 속한 국가의 정부들을 설득하여 COI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인권 COI를 2009년 처음 주창한 이후 4년, 그리고 ICNK를 결성한지 2년만인 2013년 드디어 목표했던 COI 설립이 눈앞에 가시화되었다.


물론 ICNK 멤버가 아니더라도 COI 설립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다른 단체들도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인권시민연합(이하 시민연합, 이사장 윤현)이 있다. 시민연합은 작년 12월 유엔인권최고대표인 나비 필레이(Navi Pillay)와 정치범수용소 탈출자인 신동혁, 김혜숙씨의 면담을 성사시켜 나비 필레이로 하여금 COI를 결심하게끔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노력이 밑바탕이 되어 드디어 2013년 3월 북한 COI가 유엔인권이사회 의제로 확정된 것이다. 최종 결정은 3월 21일 즈음으로 예상되지만 COI가 통과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는 것이 이곳 제네바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 인권운동의 새로운 국제적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