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시민연합 윤 현 이사장

“북한 타도가 아니라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을 펴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 현(77) 이사장은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의 입장에 서서 그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국제사회에 여과 없이 알리되, 정치적 엄정 중립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연세대 신학대학원 졸업 후 서울 감리회 신학교 교수, 국제앰네스티(AI) 한국지부 이사장 등을 거쳐 1996년부터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이끌고 있다.

그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1979년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황해도 사리원 수용소에 7년 간 감금됐던 알리 라메다의 수기(국제사면위원회 刊) 때문이었다.

“라메다의 수기를 접하고 ‘북한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딴판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시 남한은 긴급조치 시대로, 북한 인권문제가 관심을 끌 겨를이 없었죠.”

윤 이사장은 1994년 국제앰네스티 ‘북한인권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고발하면서 1996년 5월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출범시켰다.

30년 넘게 인권 운동을 계속해 온 윤 이사장은 “김정일 정권 타도나 우리 정부의 통일.대북정책 비판이 목표가 아니다”며 ‘비정치적 인권 운동’을 강조했다.

북한 인권에 대해 할 말은 하고 필요시에는 정부와 역할분담, 협력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북한의 경우 자유권, 생존권, 환경권 모두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다”면서 자국민의 인권 증진과 사회복지에 써야 할 자원을 핵개발이나 군사 예산에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이사장은 “정부가 중국에 있는 탈북자를 잠재적인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지원했으면 좋겠다”며 “중국 정부도 동포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주장에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에 ‘탈북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외국의 인권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우리 정부가 왜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반대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할 말이 없었다”며 최근 정부의 인권결의안 찬성을 환영했다.

또 “인권결의안 채택의 주도권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유럽연합(EU)이 쥐고 있다”면서 “흔히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미국에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EU가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것이지 국제 인권무대에서 ‘목소리 큰 미국’의 실제 발언권은 적다는 주장.

“미국은 나름대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표명이겠지만 솔직히 너무 설쳐요. 겨우 몇 명의 탈북자를 백악관에 데려가 기자회견에 대통령 면담까지 하고..일부 진보라는 사람들이 그런 쇼를 보고 미국이 포 치고 차 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또한 “북한을 향한 인권개선 촉구가 곧 체제 전복을 노린 것이라는 ‘가짜 진보’의 주장은 단순 논리”라며 “주민의 자유를 허용해서 무너질 정권이라면 무너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 이사장은 “국제 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론과 대북 압박이 커질 전망”이라며 “그 결과 유엔을 통한 식량 지원이 줄어들면 북한 주민들의 올 겨울이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북한이 닫아 걸었던 문을 열고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김정일 정권은 충분히 국제 사회와 약속을 지키고 인권 개선을 위해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기대했다. 동북아시아 다자 대북 경제 지원과 인권 개선 ‘협상’도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체제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북한이 인권 규약을 지키도록 촉구하는 것이 중요해요. 스스로 인권을 개선하면 국제사회가 도움을 줄 용의가 있음을 보여줘야죠. 이를 위해 북한 인권 공론화와 국제 사회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윤 이사장은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북한 인권 인식 개선 교육, 차세대 북한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올해부터 시작된 아시아 인권포럼 등 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며 “일상적인 통일 준비 운동을 통해 남북이 서먹서먹한 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나라가 동북아시아에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 인권 대국이 될 수 있다”면서 올해 창립된 아시아 인권센터가 동북아 인권 교육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했다.

한편 윤 이사장은 북한인권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통일부장관 표창(2000), 국민포장(2002), 미국 국립민주주의 기금(NED) 민주주의상(2003) 등을 수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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