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제정 반대 논리 설득력 잃었다

우리나라 국회의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지난 2월 11일 ‘북한인권법안(대안)’을 의결하였다.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의 의결 절차를 남겨놓고 있으나 일단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어 발효되는 경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권은 인류 모두의 보편적 가치인 반면에 북한의 인권상황은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이 ‘북한인권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보호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단순히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 등의 증진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이 법안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통일부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여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기본 계획 및 집행계획을 매 3년마다 수립하여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러한 계획의 수립에 있어서 관련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을 절반 이상 포함하는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두어 그 자문을 받도록 하였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의 증진활동과 관련한 협의·협력을 위하여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사를 두도록 하였다. 이것은 선례들로서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에 북한인권대사를 규정한 것과 같은 경우이다. 


이 법안은 또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있어서 그 전달·분배과정의 철저한 감시를 통해 지원물자가 군사적 용도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것을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규정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제공해왔던 원조가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주민들보다는 북한 군부 등 김정일 북한 정권의 유지기관에 이용되어왔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법안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함으로써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조사, 연구, 정책대안 개발, 홍보, 교육, 그리고 출판에 종사토록 하였다. 


특히 이 인권재단의 활동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바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 운영하도록 한 것인데, 이는 서독이 통독 전 동독의 인권유린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해 기록을 축적했던 잘쯔기터(Salzgitter) 시의 중앙기록보존소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법상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반인류범죄에 대해 통일 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자료축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은 북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한 억제 효과를 가질 것이다. 


이러한 ‘북한인권법안’은 확실히 그 시도 자체나 내용에 있어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하겠다는 현 이명박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18대 국회에서 북한인권 문제 관련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고 그 심의, 발의과정에서 많은 반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의결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심한 반대 입장이 개진되었고 또 표결과정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 절차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국회 본회의 심의, 의결과정에서 이 ‘북한인권법안’의 통과저지를 공언하고 있다. 


이전 김대중 대통령 정부 및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 크게 활약했던 이들 정·관계 인사들 및 기타 진보주의 민간단체 인사들은 북한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북한인권법안’은 반민족, 반통일, 반인권 그리고 반인도주의적인 악법임을 주장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인권법안’의 문제점을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한민국의 국내입법 시도는 규범적 타당성을 가질지언정 사실적 실효성을 결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발전시켜온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관계를 위축 또는 단절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 김정일 정권으로 하여금 북한 주민의 통제에 나서게 하여 결과적으로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들 반대 입장의 인사들은 이러한 법을 만들어 북한에 인권공세를 취하여 압박하기 보다는 이전처럼 계속 교류를 증진하여 장기적으로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것을 주장한다. 


둘째, ‘북한인권법안’은 무모한 내정간섭과 체제비방성을 띠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주권국가인 북한의 내정에 간섭함으로써 유엔 헌장 등에도 규정되어 있는 내정불간섭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인권대사라는 것도 또 북한인권단체를 지원하려는 것도 결국은 국내외에서 북한체제를 비방하는 활동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북한인권법안’은 남북간 상호체제를 인정하고 비방을 삼가기로 한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 선언’ 등의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대 북한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 강조는 까다로운 조건에 의해 인도적 지원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기능도 새로운 입법 없이 해당 행정기관에서 조용히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비판들은 이미 지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에 대북정책의 정당화와 관련하여 익숙하게 듣던 견해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 입장들은 이제 오늘의 시점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게 되었다.  왜냐하면, 북한의 ‘특수성’은 이제 그 자체가 북한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억압적 사회운영의 결과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전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에 취해진 새로운 시각의 대북정책 그리고 그에 관련한 북한인권문제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 속에서 무엇인가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억압적인 김정일 정권을 더 공고히 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들과 국제사회는 결국 북한의 주민들이 언제까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유린당하면서 생활해가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조차 억압적인 북한 정권의 위협에 국민들의 막대한 혈세투입으로 응답하는 실험을 계속하기 바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북한인권법안의 내용은 오늘날 주권국가 내부문제 불간섭 원칙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세계사회의 전반적 변화를 감안한다면 그리 무리하다고 할 수 없다. 


어떤 무력적 강압이 아니라 지극히 자유민주주의적인 정의에 기초한 평화로운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이러한 접근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반발적 언설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북한사회의 운영을 통해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의 억압적 인권유린 상황을 계속 외면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경제적 원조를 지속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신에 북한 주민들에게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는 변화를 시도하여 북한 주민들의 행복, 북한 정권의 지속적 생존 도모,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할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변화노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