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이 장관급회담 눈치봐야 하나?

잠잠하던 국회 통외통위가 이틀간 긴박하게 돌아갔다.

최초 통외통위 의사일정에는 20일 북한인권 관련 법안이 상정되는 것으로 나왔다. 상임위 입법조사관도 “이번에 상정까지는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당초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당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야당도 별 반응이 없었다.

법안 상정을 하루 앞둔 19일. 열린우리당측 간사인 임종석 의원이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인권 법안 상정 논의를 미루자”고 제안했다. 이종석 장관이 평양에서 장관급 회담을 진행하는 데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는 차원이었다.

임 의원은 “북한인권법안이 상당히 민감한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 의원은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야 합의 없이 인권법안의 상임위 상정은 불가능하다. 20일 통외통위 행정실은 급히 변경된 의사일정을 통보했다. 변경 의사일정에는 북한인권 관련 법안이 빠져 있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했다.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할 외교안보 현안을 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하루 이틀 사이에 독도문제로 무력충돌까지 예상되는데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도 했다.

이날 개최되기로 했던 대부분의 상임위에는 야당 의원들이 불참했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사학법 재개정 상정을 둘러싸고 국회 교육위 여당 의원들이 거부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전여옥 의원은 이날 4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인권 관련 법안 상정을 연기하자는 데 동의하지 못하면, 전체회의에 불참해달라고 의원들에게 연락했는데, 의원들이 여기에 동감을 표시해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파행원인이 북한인권 관련한 여당의 태도 때문이라는 것.

그러자 10분 후 임종석 의원이 급히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사학법 재개정 문제 때문에 전체회의에 불참하고도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원인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으로 비화된 것.

야당은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쟁점법안 처리를 연계시키면서 스스로 ‘일 안하는 한나라당’이라는 핀잔을 사고 말았다. 여당의 북한인권법 논의 연기 통보는 북한 눈치보기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임에도 한나라당은 고삐를 죄지 못했다. 정부 여당의 행태를 정면으로 공격할 시점에, 스스로 회의 불참을 선언해 공세의 주도권을 여당에 넘겨주고 만 것이다.

전 의원이 뒤늦게 회견장에 나타나 ‘북한 인권법안 처리 연기가 원인’이라는 주장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사학법이 곳곳에서 한나라당의 발목을 붙잡는 형국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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