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문제의 합리적 해법이라?

민주노동당, 통일연대, 실천연대, 민변 통일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연대기구를 구성하는데 합의했다고 한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노동당 통일국장 이승헌은 “북한인권법과 탈북자 문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반북대결 정책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합리적인 북한인권문제의 해법을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연대기구 구성을 추진하게 됐다”고 그 추진배경을 밝혔다고 한다.

‘합리적인 북한인권문제의 해법’이라… 이제라도 그들이 북한인권문제의 해법을 고민하게 되었으니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해법은 지극히 명확하다. 북한인권문제를 야기한 장본인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되는 것이다. 바로 김정일이 퇴진하면 된다. 이 합리적이며 간단명료한 답을 두고 도대체 어디서 해법을 찾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친북세력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크게 두 가지 태도를 취한다. 하나는 북한의 인권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있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우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의 태도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 이미 남한에 입국한 6천명의 탈북자가 증언하고 있고, 국제인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그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조작이나 거짓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무슨 근거로 믿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주선 타고 달나라에 가서 내눈으로 직접 보고서야 믿겠다는 것인가.

후자의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한 측에서는 ‘평화’를 이야기한다. 우리의 평화를 누리겠다고 동포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혀도 좋다는 것인가. 또한 인권문제를 제기한다고 전쟁이라도 난단 말인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단히 제기하고 북한민중과 연대하여 김정일 정권을 교체토록 하는 것이 가장 평화적인 북한문제 해결방식이며, 그 정권을 두둔하여 기고만장하도록 내버려두는 태도가 오히려 전쟁을 불러올 것이다.

한편, 다른 한 측에서는 김정일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가 가져올 남한의 부담을 이야기한다. 역시, 우리의 사치스러운 행복을 누리겠다고 동포를 ‘2등 인간’ 취급하며 “안타깝지만 너희들은 당분간 그렇게 살아줘”라는 식인가. 쓰러져가는 정권을 살려보겠다고 허튼 수고를 하다 치르게 될 대가가 더욱 클 것이다.

독재에 꽁지 내리는 비겁자들

이들은 김정일 정권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유순했던(?) 남한의 군사정권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간단명료하게 ‘정권타도’를 외쳤던 사람들이다. 그 간단명료함을 왜 김정일 정권에게 보이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는 인류역사의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다. 유순한 독재에게는 고개를 쳐들고 지독한 독재에는 꽁지를 내리는 비겁자들이라는 결론 밖에 달리 찾을 길이 없다.

이번에 그들이 만들려고 하는 연대기구의 가칭은 ‘한반도 평화실현과 미국의 북한인권법 반대를 위한 연석회의’라고 한다. 그러나 과거 남한정권에 대항했던 기준과 현재 북한의 인권실태에 비추어보면 이들이 만들어야 할 연대기구는 ‘김정일 정권 퇴진과 한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연석회의’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말라. ‘합리적인 북한인권문제의 해법’이라고 사기치지 말고 북한의 인권현실이 어떤지부터 살펴보라. 해법을 논하려면 현실을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북한의 인권실태는 이러이러하다는 것부터 먼저 이야기하라. 그리고 나서 “실태는 이러하지만 현실상……”이라는 논리를 전개하라. 그러면 우리도 그 실태를 용인가능한지 아닌지, 당신들과 북한인권문제의 해법을 논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토론장에 나가면 자꾸 현실은 이야기하지 않고 해법 먼저 이야기하는, 거기에 ‘합리적’이라는 치장까지 덧붙이려는 낡고 역겨운 전술이 언제까지 통하리라고 생각하나. 실사구시(實事求是), 참으로 지당한 말 아니던가.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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