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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인권유린 실태를 기록해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과거 서독이 동독의 인권유린 실태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서독중앙기록보존소'(잘츠기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잘츠기터는 인권침해 피해자 구제와 보상,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경고, 인권침해 예방, 역사적 교훈 등의 성과를 거둔 인권기록보존소의 모델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인권 문제를 인류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명 이후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와 관련한 논의가 계속돼 왔다.
23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의 필요성과 그 운영방안’ 세미나에서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이하 ‘보존소’) 설치의 주체를 둘러싸고 민간 북한인권단체, 통일부, 국가인권위, 대한변협 사이에 논쟁이 뜨겁게 진행됐다.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민관협동-민관통합의 단계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의 김태훈 인권위원은 개인 입장임을 전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통일부 손현진 사무관은 “정부기관으로 운영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민간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김태훈 위원은 “기록 보존자료의 공적 신뢰성 확보를 위해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국가기관에 두는 것이 옳다”며 “인권위는 독립기관으로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 할 명분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국가인권위에 ‘보존소’를 설치할 경우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없이 기존의 인권위법을 조금 보완하면 되므로 입법의 간소화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통일부 손 사무관은 “북한체제의 특성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정치적, 이념적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순수 민간차원에서 주관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민간운영에는 재정적 어려움, 자료접근의 제약, 탈북자 조사의 어려움, 자료의 활용과 관리의 공공성 유지의 한계가 따를 것”이라고 말하고, “따라서 민간 운영시 정보의 공개와 활용에서 공식적인 기준과 절차를 정부에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국가인권위는 원죄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지난 정부 시기 ‘북한인권은 국가인권위의 조사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놓고, 이제 와서 북한인권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물타기’ 아니냐”며 꼬집었다.
하 대표는 또 북한의 반발을 거론한 통일부를 겨냥, “무조건 북한의 반발만을 걱정하는 통일부식 논리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허만호 이사는 “국가인권위가 구성한 ‘북한인권포럼’ 위원 중 어느 위원은 2003년 6월 북한전문가 회의에서 ‘북한의 공개처형이 미국의 전기고문과 무슨 차이냐’며 ‘그건 문화 차이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이런 사람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의 북한인권 거론은 현재로선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이재원 위원장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수사능력과 법률지식을 갖춘 법조인이 중심이 되고, 조사 및 정보처리 능력이 있는 북한인권 관련 민간전문가가 폭넓게 참여하는 ‘반관반민’의 독립특수법인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차선책으로 대한변협에 이와 같은 조직을 설치할 수 있으며, 그 역시 여의치 않으면 대한변협 자체적으로 기록보존소 조직을 설치,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윤태 사무총장은 “보존소 설립은 지금까지 민간의 노력과 성과가 존중받고, 민간은 또 독점적 자세가 아닌 협력적 관점에서 민관이 공동협력을 기본으로 역할분담을 모색해야 한다”며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공신력과 합법성이 보장되는 독립적인 북한인권보존소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또 보존소 설립을 위한 민간협의체 구성→ 보존소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보존소 설립 운영에 관한 법 제정 등의 단계적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인권문제에 진정성을 갖지 못한 국가인권위 및 정부 내 당국자들의 인적 쇄신 및 정부의 명확한 북한인권정책 없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