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 북한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북한 소재 영화 10편를 한 자리에서 무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좋은 기회라 하겠다. 해당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영화계 인사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덤’으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북한’ ‘북한인권’을 어렵게 느꼈거나,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영화제’라는 문화행사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문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10~11일 이틀간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10편이 상영된다.
다큐멘터리, 상업·독립영화 등 각기 다른 형식의 영화를 모두 관람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여유가 부족하다면 관객 나름의 공략을 통해 영화제 참석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에 ‘입문’ 또는 ‘기초’ 수준이라면 사전 공부도 나쁘지 않다.
영화제를 주관하고 있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허선행 기획실장은 “어려운 학술서보다 탈북자 수기를 읽는 것이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라면서 정치범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출신 신동혁 씨의 수기 ‘세상 밖으로 나오다’와 27년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했던 최장기수 김혜숙 씨의 ‘눈물로 그린 수용소’ 등 두 권의 책을 추천했다.
허 실장은 또 청소년의 경우 ‘만화 김정일’을 추천하면서 “북한 인권문제가 결국 체제에서 기인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영화 관람만으로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니 예습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래도 조금이라고 북한인권에 사전 학습을 하고 싶다면 영화제 극장 로비에 약식으로 마련된 북한인권사진전을 둘러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 총 300여석 규모이기 때문에 여유있는 관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착순 좌석제여서 좋은 자리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시간 여유를 갖고 오는 것이 좋다.
10편의 작품 모두 북한인권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 내부 실상’ ‘납북자’ ‘탈북자’ ‘북한인권운동’ 등 다양한 소재로 나눌 수 있다. 관객들의 영화제 관람을 돕기 위해 맞춤형 감상법을 소개한다.
|
<북한 내부 실상에 관심 있다면>
▲North korea VJ (다큐, 20분,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소속 기자인 이시마루 지로의 작품. 북한주민 비디오 저널리스트 리준과 김동철 두 사람이 2004년부터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해 온 생생한 북한 내부 영상이 가감 없이 공개된다. 굶주림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겨울나비 (드라마, 90분, 김규민)
병든 엄마와 살아가는 11살 진호. 어느 날 사소한 문제로 엄마와 다투고 혼자 산에서 나무를 하다 길을 잃는다. 엄마는 진호를 찾아 나서지만 찾지 못하고, 진호는 며칠 동안 길을 헤매다 무사히 산을 내려오지만…
▲인사이드 (드라마, 20분, 이상현)
황무지 들판, 흉가처럼 서있는 집 한 채. 아빠와 딸이 군인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는 공간이다. 밖에는 탈출을 시도하는 다른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군인들이 있다. 배고파 흙을 주워먹는 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음식을 구해 오는 아빠. 드디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량강도 아이들 (드라마, 95분, 김성훈·정성산)
량강도 삼지연군 보천보리. 가난한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종수는 쾌활하고 어른스럽다. 평양에 가고 싶어 목표량을 넘어선 파동활동을 하지만 겉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좌절되고 만다. 하지만 평양에 가고야 말겠다는 꿈으로 길을 나선 종수. 서울에서 날려 보낸 산타의 애드벌룬을 줍게 되는데.
![]() ▲외로운 메아리(이희헌) 스틸 컷 |
<납북자 문제에 관심 있다면>
▲외로운 메아리(다큐, 20분, 이희헌)
6.25전쟁 이후 납북자 가족의 아픔을 그려낸 작품. 이 작품은 잊혀져가고 있는 납북자 문제를 조명하고 이들의 조속한 송환을 촉구한다.
|
◆탈북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두만강 (드라마, 93분, 장률)
연변 조선족 자치주와 북한 함경도를 사이에 둔 두만강 변의 한 마을. 열두 살 창호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강을 넘나드는 또래 북한 소년 정진과 친구가 된다. 하지만 탈북자들을 도와주던 마을 사람들이 점점 그들의 문제로 골치를 썩자, 소년들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크로싱 (드라마, 112분, 김태균)
함경도 탄광마을에 사는 준이네 가족은 넉넉하지 못한 삶이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엄마가 폐결핵으로 쓰러지자 아버지 용수는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다. 아버지가 떠난 뒤엄마의 병세는 점점 악화돼 죽음에 이르게 되고, 홀로 남겨진 준이는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데…
▲김정일리아 (다큐, 76분, N.C. 헤이킨)
강철환, 신동혁 등 영화에 등장하는 12명의 탈북자들은 기아, 폭행, 수용소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탈북을 시도한다. 그 고난의 시간이 생생한 증언과 몽환적인 영상으로 표현된다.
▲선처(드라마, 23분, 권순도)
서울 빈민가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다음 날, 경찰에 의해 붙잡힌 영조는 탈북자 출신. 형사의 다그침에 그는 눈물을 흘리며 살해동기를 설명하는데…
![]() ▲따뜻한 이웃(조연수) 스틸 컷 |
<북한인권운동에 관심 있다면>
▲따뜻한 이웃 (다큐, 40분, 조연수)
북한인권운동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들과 외국인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 실제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인과의 동행취재를 통해 사실감을 더한다. 이 작품은 정치적 평가와 시각을 지양하고 북한주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