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체 생산한 경공업 제품 많아져…내부 동력이 요인”

북한이 식품이나 경공업 제품의 자체 생산력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이 농민과 기업소에 일부 자율권을 부여하는 실용주의적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연구실에서 가진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품들이 상당히 많아졌다”며 “아직은 비록 식품과 경공업 제품에 한정돼 있지만, 자체 생산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농업생산력이 뒷받침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자체 생산품 증가는 단지 외부의 유입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내부적인 동력이 있다고 보면 그 요인은 대표적으로 포전담당제와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전면 시행된 ‘포전담당제’는 협동농장의 말단 단위인 분조를 가족단위로 쪼개 생산물에 대한 자율적 처분권을 확대한 일종의 농업개혁 조치다. 아울러 북한은 공업분야에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해 기업에 생산과 분배의 일부 자율성을 부여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제도가 상당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도 1970년대 말에 개혁개방을 시작했을 때 농업개혁만으로도 생산성이 증대됐는데, 북한도 지금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밖에도 그는 최근 북중접경지대를 방문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북한의 변화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혜산시 등 여러 접경지역에서 새로 건설된 아파트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북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게 정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아파트가 새롭게 건설되거나 재건축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심지어 농가주택들 조차도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북한이 소유권 매매나 개인의 주택 건설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친화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합법화의 과정으로 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은이 부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이번에 북중접경지대를 방문해서 북한의 경제상황을 진단했다고 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어떤 특징적인 변화가 있었나.

“최근에 중국을 다니면서 놀란 점이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뙈기밭이라고 하는 소토지가 누더기처럼 굉장히 많았는데, 이번에 가보니 산림이 굉장히 푸르르고 소토지 흔적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고, 소나 말, 양 등 가축을 키우는 소농장들도 많이 발견됐다. 그리고 (양강도) 혜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아파트가 눈에 띄게 많이 건설됐고, 재건축된 흔적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북중접경지역 사이에 다리가 상당히 많이 건설됐는데, 예전에는 안보·정치적 측면에서의 다리였다면 지금은 북중 간 관광과 같은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다리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니면서 보니 기차나 오토바이, 택시와 같은 교통수단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현재 북한 경제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북한 경제가 정말 제재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는가.

“사실 대북제재가 북한경제에 많은 영향 미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대부분 북중무역통계 자료와 대북사업을 하는 중국인 인터뷰다. 통계나 인터뷰를 통해 북중무역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보면 북한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바로는 북한에서 부동산 경기가 일어나고 있고,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에서 만든 상품들 예컨대 식품이나 경공업 제품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도에 편찬된 북한 카탈로그를 보니 사탕만해도 수십 종으로, 굉장히 많은 제품들이 나왔다. 이렇게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상품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단지 외부의 유입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북한 내부의 동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요인은 대표적으로 포전담당제와 사회주의책임기업관리제에 있지 않나 싶다. 중국과 비교해보면 북한의 포전담당제는 분조에 가족, 친척 단위가 많아졌고 규모도 작아졌다. 다만 토지의 사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경작권을 인정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농업생산이 증대되고 있는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고, 이런 농업생산 증대를 기반으로 식품이나 경공업 생산도 증대되고 있다고 본다. 또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 내에서 주요한 무산 철광이라든지 연합기업소를 제외한 많은 기업들에 국가가 자율권을 상당히 부여하고 있다. 상품의 양이나 품목결정, 가격결정까지도 기업에 맡기고 있는 제도가 상당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도 1970년대 말에 개혁개방을 막 시작했을 때 농업개혁만으로도 생산성이 증대됐다. 북한도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정은 위원장은 상당히 실용주의적인 경제개혁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포전담당제와 사회주의 기업책임제는 모두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시장경제적 요소를 도입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그렇다면 지금 북한에서 이러한 제도들이 제대로 정착되고 있다고 보는가.

“국가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북한의 시장화는 배급제의 붕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자생적으로 생겨났다면 김정은 시대 이후에는 국가가 사회주의 체제 안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시장화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 김정은 위원장이 신의주나 여러 기업소들을 방문하면서 질책하는 장면들이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았나. 사회주의책임기업관리제를 적극 시행할 것을 주문했는데 정작 아랫단위에 가보니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북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본보도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평양, 남포, 개성, 청진, 신의주, 나선 등지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코트라(KOTRA)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는데.

“보통 평양이나 신의주 등 특정지역의 부동산이 언급되기 때문에 이것이 특정지역만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접경지역을 쭉 돌아보면 2년 전, 3년 전의 풍경과는 상당히 다르다. 심지어 농가주택들조차도 리모델링이 됐고 개선이 됐다. 또 구도심보다는 신도시가 색깔도 훨씬 밝고 새로운 주택들이 건설되고 있는 점을 볼 수 있다.”

-북한의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밑바탕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여러 요인이 있다. 일단 90년대에는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노동자들이 식량을 찾아 유랑을 떠났고, 빈집이 싼값에 등장하면서 주택시장이 활성화됐다. 2000년대 이후에는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를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주택 수요가 발생했다. 또 중국의 투자도 한 몫을 하고 있고, 무엇보다 국가가 부동산 시장의 붐(boom)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는 여러 거리들, 예를 들면 과학자거리나 창전거리, 려명거리 등이 형성됐다. 국가가 이런 거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 않나. 자원이 충당되지 않을 때 기관기업소나 개인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국가가 부동산 경기를 정책적으로 전략적으로 활성화시키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법제도적 측면에서도 물론 소유권 매매나 개인이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그런 조항들이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지만, 그 과정으로 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시장친화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인다.”

-북한 당국이 부동산 산업 활성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 그리고 일단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상당히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빈부격차를 따질 때 어떤 옷을 입느냐, 밥상에 어떤 반찬을 놓느냐였는데 지금은 집이다. 북한 주민들이 언제 그렇게 많은 돈을 써봤겠나.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지켜야겠다는 소유의식이 굉장히 강하다. 특히 종전에는 건설 또는 매매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했다면 지금은 그리 아무런 처벌도 가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부동산 사업이 이권, 이익이 큰 사업이기 때문에 관료들이 거미줄처럼 다 엮여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부동산 건설이기 때문에 개인이나 특권기업소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합법화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 실질적인 합법화의 과정으로 들어섰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를 딱 한 가지만 꼽는다면.

“앞서 언급했듯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품들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직은 비록 식품이나 경공업 제품에 한정돼 있지만, 어쨌든 이런 것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농업생산력이 뒷받침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 기업가들의 마인드도 상당히 변하고 있다. 북한 과자나 초콜릿 등을 보면 포장재질이나 디자인이 다양하다. 그에 못지않게 어떻게 하면 많이 팔릴까 고민하면서 굉장히 광고를 많이 하고 있고, 또 새로운 상품들을 계속 개발해내고 있다. 중국도 보면 기업과 도시의 경제개혁은 농촌개혁 이후 7~8년 뒤에 진행됐다. 어떻게 보면 북한도 이미 그 궤도에 들어서있지 않을까.”

-북한이 과연 개혁개방을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중국, 베트남 기타 등등의 국가와 북한의 차이점은 북한은 이미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하게 중국식이다 베트남식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성공 사례들을 북한에 맞게 적용한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또 모기장식 개혁이니 개방은 안 한다느니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사실 북한의 경제특구만 보더라도 그 좁은 국가에 상당히 많다. 중국의 경우 심천이 발전되는데 10~20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의 북한은 한꺼번에 여러 곳을 특구로 지정하고 투자를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때문에 특정국가와 같은 방식의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거나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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