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왜 ‘軍집단지도체제’로 가나?

김정일의 중병설, 지병설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김정일 이후에 김일성 가(家)의 3대 세습이냐, 군부 집단지도체제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한국 언론에는 김정일 이후 북한이 ‘군부 집단지도체제로 나갈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 ‘국가’ 아니라, ‘김정일의 재산’으로 북한을 보아야

집단지도체제를 논하는 바탕에는 일단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형식적으로 보면 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용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북한을 ‘정상 국가’로 보면 국가의 미래와 운영방식에 대한 기존공식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나라를 김일성-김정일이 운영해온 ‘재산’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집단지도체제냐, 세습이냐는 논란에는 종지부가 찍힌다.

북한은 나라의 땅(국토)과 그 위에 있는 공장, 기업소, 공공 건물 등 각종 시설물, 그리고 정치, 경제적 제도, 또 주민들까지 김일성, 김정일이 제 마음대로 사용해왔다. 말로는 ‘국가적 소유’ ‘전 인민적 소유’로 되어 있지만, 그것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김정일 1인과 그의 가족뿐이다.

만약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에 비춰서 북한을 고대 노예제 사회에 비유한다면 김일성, 김정일 가계(家系)와 일반 인민들의 관계는 ‘노예주와 노예의 관계’나 별 다를 바 없다. 지금은 시장이 좀 생겨서 다소 달라졌다고 하지만, 적어도 1970년대 이후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재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왕조시대처럼 ‘부자 세습’이라는 발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재산’은 ‘일반 재산’과는 너무나 다르다. 따라서 누가 승계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뿌려놓은 자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 과연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정권이 승계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정일이 적어도 북한이라는 ’재산’을 군부집단, 또는 다른 ‘집단’에게 넘겨주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은 김일성이 ‘초대 창업자’로서 이루어 놓은 재산이고, 북한의 이른바 ‘혁명역사’는 김일성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그 가족들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몸부림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들고 일어나 뒤집기 전까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3대 세습’이 현실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적어도 김정일이 의식이 있는 조건에서 ‘군부집단’ 또는 다른 ‘집단’에게 북한이라는 ‘재산’을 넘길 것으로 상상하기는 어렵다.

◆ 軍이 과연 노동당 넘을 수 있을까?

‘군부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 등장한 배경에는 북한 정권을 유지해온 수단이 군(軍)이었고 또 극단의 상황에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존재가 군부 권력층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군정치’가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 해온 중요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군은 김정일의 ‘통치 수단’일 뿐 김정일 체제를 움직여나가는 ‘주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정치의 주인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노동당’이다. 당원이 아닌 사람은 간부가 될 수 없고, 아무리 막강한 세력을 가진 권력자라고 해도 그 뒤에 당 비서가 있어서 철저히 감시당하게 된다.

북한 군부가 노동당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국방위원회 검열이나 군 보위사령부 검열이 지방 당 기관 내부조차 검열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장성택이 노동당 행정부 사업을 보면서 인민보안성(경찰)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었고 보안원들이 직접 군인들의 자동차나 물품들을 검열할 수 있다. 또 군관들의 집들까지 숙박검열이라든지, 비디오 검열과 같은 구실로 검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국방위원회를 조선노동당과 같은 권한을 가진 기구로 보고 있는데, 그것은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 군림하면서 국방위원회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최고 의결기구로서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 김정일이 없는 국방위원회는 노동당의 부속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노동당을 통제하기 위해 군부가 무력을 동원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약 국방위원회가 군대를 동원하여 쿠데타를 하려고 해도 김정일의 일가족을 공격하고 노동당 청사를 공격할 군관(장교)들이나 병사들이 아무도 없다.

군부 집단통치체제로 갈 수 없는 또 다른 원인으로 김정일 일가족들과 상당한 권력을 가진 노동당 거물들이 국방위원회 내부에서 권력자로서의 직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관찰해 볼 수 있다.

또 북한 주민들이 어려서부터 얼마나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충성으로 세뇌되었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정일이 정권을 세습한 이후 앞으로 김정일이 없다면 김정일 일가를 인정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자연스런 생각이다.

◆‘후계 정보’ 얻으려면 호위총국에 안테나 세워라

언론은 북한 군부에 대해서는 보도하면서 북한군을 제어할 수 있는 김정일의 개인 경호부대인 ‘호위총국’을 도외시하고 있다.

평양시를 중심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김정일 별장(특각)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호위총국은 국가보위부, 인민보안성과 함께 김정일의 안전과 관련하여 군의 주요 실력자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만약 군 실력자들이 권력쟁탈의 중심에 뛰어든다든지,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반기를 들기 전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일격에 소멸될 수 있다.

김정일은 국경경비대, 상설 인민보위대, 노농적위대 산하 고사포 무력들을 인민무력부에 소속시키지 않고 노동당과 인민보안성이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세워 놓았다. 더욱이 북한의 민방위 무력은 노동당 민방위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가장 신속하게 인원들을 동원, 무장시킬 수 있다.

북한이 김정일 일가의 ‘손댈 수 없는 재산’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어느 모로 보나 집단지도체제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김정일의 차기 후계자는 누구일까? 그 정보를 알아내려면 지금부터 호위총국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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