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현인택을 때리는 이유는

북한 언론매체가 연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이 현 장관이 이끄는 통일부 `탓’이라면서 특히 그의 `선(先) 비핵화’ 요구에 십자포화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동족대결에 환장한 극악한 반통일분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 장관이 “북핵 포기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고 떠들어대며 우리 공화국을 걸고드는 무모한 망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그 무슨 ‘일괄타결안’이라는 것을 극구 찬양하는데 열을 올림으로써 반통일 주구의 본색을 더욱 드러내 놓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앙통신은 그동안 노동신문 등 북한의 다른 매체들과 비교할 때 선별적으로 중요한 사안만 논평해 왔다는 점에서 현 장관에 대한 최근의 `원색적’ 비난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평양방송도 이날 북한의 핵포기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는 현 장관의 발언을 “망언”, “망동”, “폭언”, “악담” 등으로 규정하고, 현 장관에 대해 “대결광기가 골수에 들어박혔다”거나 “분별없이 날뛰고 있다”라고 헐뜯었다.


앞서 21일에는 노동신문과 주간지 통일신보가 현 장관 비난에 나섰고,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단평 코너에서 현 장관의 이름으로 삼행시까지 만들어 비난의 각을 세우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의 현 장관 비난은 우선 다른 채널을 통해 꾸준히 나오는 `대남 유화제스처’와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예를 들면 북한은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잇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타계시 파견했던 특사조문단을 통해 남한에 은근한 `화해와 대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18일에는 금강산관광 11주년 기념식 참석차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회장에게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그동안 거부해온 관광객 피격현장 방문 등의 문제에 대해 남한 정부와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청해전’과 같은 긴박한 위기고조 상황에서도 남한의 군부와 보수세력 일반만 비난했을뿐,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거나 대통령 실명을 거명하지 않은 점도 예사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겉으로 내놓지는 못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속내가 읽혀지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럼 북한은 한반도 안팎에서 전례없이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왜 이렇게 이중적인 스탠스를 고수하는 것일까.


우선 북한은 이른바 `핵 카드’를 미국과의 담판을 위해 반드시 남겨 둬야 하기 때문에 남한의 `선비핵화’ 요구에는 가타부타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다시 말해 미국과의 양자 접촉이든 `6자 회담’이든,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으로부터 현 체제 보장과 대규모 경제지원의 `두마리 토끼’를 받아 내야 하는 것이 북한의 절실한 입장인 것이다.


그렇다고 고질적인 경제난과 식량위기에 시달려온 북한으로서 `현찰’이 많은, 즉 식량,비료 등의 인도적 지원 카드를 들고 있는 남한을 무대응으로 방치하기도 어려운 처지라는 지적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단기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끈질기게 피력하는 것 같다”며 “통일부 장관과 통일부를 집중 비난하는 것도 남측 당국에게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은연중 압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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