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이 과연 제2의 베트남이 될 수 있을까?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한반도의 교착 상태를 돌파하려는 외교적인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담에서 북한 체제 보장을 대가로 한 한반도 완전 비핵화를 약속한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물론 일부는 이러한 소식을 환영하지만, 다른 이들은 북한이 오랫동안 약속을 깨왔음을 상기하곤 한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이 진실될지라도 (체제)보장, 국제 제재의 무력화, 북한의 무너진 경제를 회복시키 위한 관리를 할 수 있을 때에만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베트남의 경험을 모델로 삼을 수 있을까?

1986년 베트남은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경제 개혁과 같은 공산당 통치하의 시장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도입하였다. 정부는 농업 조합을 해산하고, 농산물에 대한 가격 규제를 폐지했다. 또한 농부들의 토지 소유를 허락했다. 아울러 많은 기업을 사유화하고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나아가 민간기업을 위한 지원적 환경을 조성하면서 수출 가공 구역을 설립하고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을 촉진했다.

그리고 그 후 30년 동안 베트남의 경제는 연평균 6.7% 성장했다. 2017년에는, 국민 1인당 GDP는 2,340달러에 달했고, 수출은 호주와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인 2,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을 포함한 외국 투자자들이 베트남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베트남 경제 개혁 모델을 따라가고 싶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미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오도 북한이 베트남의 경제적 번영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 밝히고 있다.

만약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인 북한이 경제 개혁을 한다면, 상당한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의 국가 주도 중앙 계획 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평균 성장률이 1% 미만이었고 1인당 GDP는 1,300달러에 불과해 오랫동안 침체됐다. 그리고 국제사회 제재 또한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2017년 GDP는 3.5% 감소했고 총 수출액은 37% 감소하여 17억 7천만 달러에 그쳤다).

다만 제대로 교육받은 근로자, 풍부한 자원과 천연항구와 같은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북한의 경제 성장의 토대는 양호한 편이다. 포괄적인 시장 개혁은 대규모 외국인 투자와 기술 채택으로 이어져 베트남 경제 ‘기적’ 재현을 실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북한은 30년 이내에 1인당 소득을 최대 10,000달러까지 끌어 올리는 두 자릿수 GDP 성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과의 정상적인 무역과 직접 투자만으로도 연간 GDP 성장률을 3% 포인트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택할 의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 위원장이 선대(先代) 지도자보다는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것 같아 희망적이긴 하다. 그의 대표적인 정책인 ‘병진노선’은 핵 개발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했고 이것은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의 군대 우선적인 ‘선군’ 정책을 벗어났다. 그는 더 많은 농장과 공장에 자치권을 부여했고 부분적으로 시장을 개방했다.

지난 4월 노동당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병진’ 정책의 끝을 선언하고 이제는 국가 자원을 경제 재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의지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확실치 않다. 북한 경제 상황에 관한 믿을만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요구가 집단 지도체제의 행동으로 실현된 베트남과는 달리 북한은 예측이 불가능한 한 명의 독재자가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렇다고 북한의 경제 개혁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따라서 포괄적인 민영화와 자유화를 추구하려면 지속적인 정치·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

먼저 북한은 경제 제재 완화의 전제 조건인 비핵화를 위해 확실하고 믿을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단 제재가 완화되면 남북은 인도주의, 보건 및 환경 문제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고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제재는 완벽한 비핵화 이후에만 철회될 것이다. 이후 북한은 세계와 진정한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세계은행과 아시아 개발 은행과 같은 국제 금융 기관과 이웃 국가들 그리고 특히 한국으로부터 재정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남북철도, 도로 및 에너지 네트워크를 건설할 것이다.

일본, 미국, 한국 및 다른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는 북한에 깊은 경제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는 현재 폐쇄적인 체제 밑에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상당히 향상할 거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고 만연한 인권유린을 감안할 때 북한이 국제 사회부로부터 정상 국가 대우를 받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와 반대로, 현 상황은 비핵화 뿐만아니라 스마트하고 지속적인 개혁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시급한 행동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1980년대 초반 베트남이 직면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상황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적은 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선 경제적, 외교적 압력과 고립을 완화해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날 일들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지금의 기회를 잡고 더 이상 핵무기, 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포괄적인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해야 한다. 베트남이 북한의 모델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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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고 현재 아시아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가장 최근의 저서는 하버드 대학교의Robert J. Barro 와 공동집필한 Education Matters: Global Gains from the 19th to the 21st Century가 있다.

Copyright: Project Syndicat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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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문 번역 : 이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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