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한다고 봐도 되는 이유

내각 중심의 경제개혁추진과 박봉주의 등용


2013년 4월에 경제전문 관료 출신이자 7·1조치 추진시기 총리였던 박봉주를 다시 내각 총리로 등용한 것도 김정은의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2013년 1월부터 분기별로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경제계획 수행실적 점검과 주요 과제의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내각 중심의 경제운영체계를 강화시켜 나갈 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박봉주를 내각 총리로 중용한 것은 경제개혁과 개방에 대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제 북한의 변화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이며, 구체적인 예를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2014년 6월 현재 휴대폰을 전 국민의 10%인 240만대 보급


북한 전문 인터넷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 Korea Tech)는 북한의 휴대전화 서비스업체인 고려링크에 가입한 북한주민 수가 2014년 6월 현재 240만 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2008년 12월에 3G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 만에 10만명, 2012년 2월에는 100만명, 그리고 2013년에도 100만명이 추가됐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를 볼 때 2014년 6월 정도면 가입자 수가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북한처럼 폐쇄적인 사회에서 핸드폰 가입자가 전 국민의 10%에 이르렀다는 것은 상당한 함의가 있는 것이다.


정보유입과 유통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외부세계와 접촉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와 오토바이


평안남도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평성시와 순천시에 택시가 새롭게 등장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최근 개인택시가 돈벌이 직업으로 뜨면서 돈주(錢主, 신흥 부유층)들의 새로운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과 나진에서 택시는 보편화되어 있으며 운영은 평양운수회사인 대동강 여객운수사업소에서 관리한다. 반면 평성과 순천의 택시는 등록만 평양운수회사를 거칠 뿐 개인이 투자해 운영되고 있다.


순천시장에서 거래되는 택시는 새 차일 경우 한 대당 1만 2,000달러, 중고는 6,000~7,000달러 정도이며, 판매자가 번호판을 줄 경우 50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택시 요금은 10리(4km)당 북한 돈 1만 5,000원, 개인버스 요금은 10리 당 북한 돈 2,000원 정도다. 평성-순천 택시비는 7만 5,000원으로 버스비 1만원에 비해 매우 비싸지만, 장사를 크게 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다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택시 이용자들이 많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오토바이로 돈을 버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남편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이 장사를 통해 생계를 책임지면서 남편들의 지위 하락을 상징하는 풍자어가 생겨났었다. 별로 쓸모가 없다는 의미로 ‘남편은 불편’이라는 말이 돌았는데, 최근에는 이 같은 인식이 없어지고 아내들이 남편을 세대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오토바이가 시장 경제 유통 수단으로 확산되면서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강도 만포시에는 여자들이 오토바이를 타면서 장사를 한다.”면서 “다른 지역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장사를 하는 여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사회의 시장화 흐름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람들의 이동수단이 다양해지고 편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1만원짜리 햄버거와 3만원짜리 피자


2013년 리모델링을 통해 재개장한 평양의 문수물놀이장 패스트푸드바에서는 햄버거 1개가 북한 돈 1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북한 노동자 원급의 3~5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평안남도 내부소식통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순천 대동강변에 위치한 ‘능라88무역회사’ 식당에서 지난해 말부터 피자를 팔고 있다”면서 “돈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2014년 2월 김정일 생일(2월 16일)에 맞춰 북한 여행을 하고 돌아온 앤드류 쳉(Andrew Cheng)씨의 여행기에 따르면 평양에는 2개의 피자가게가 있고, 모든 재료는 이태리에서 직수입한다. 평양이 아닌 지방 도시에 피자가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식통은 “식당 앞에는 넓은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석탄 수출로 외화를 벌고 있는 돈주들이 주 고객”이라며 “주말이면 색안경을 쓰고 종합지짐을 뜯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외화벌이 기관들이 내부 장사에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은 중산층의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음을 방증(傍證)하는 징표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없는 사람이야 계속 없이 살지만,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밑천을 이용해서 계속 더 큰 부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식생활에서도 개방화되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자녀들 과외 열풍


최근 북한에서 평양 대학생들이 지방까지 내려가 ‘과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사교육’을 금지하고 있어 불법으로 ‘과외’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평양 대학생이 지방까지 내려가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앞으로 북한 내 과외 시장이 점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학생 부모를 잘 만나면 한두 달 학습지도를 해주고 1,000달러 정도 벌 수 있다”면서 “돈을 많이 주는 집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도당(道黨)이나 중앙당에 줄을 댈 수 있는 집을 선호하는 경향도 많다”고 말했다. 간부들의 자녀를 과외시키면 대학 졸업 후 직장 배치를 받을 때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몇 년전까지만 해도 간부들의 자녀들은 인문·사회과목 쪽의 과외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기초(컴퓨터, 외국어, 물리, 화학)과목이나 예술부문의 과외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북한의 학부모들도 국제사회의 추세에 맞게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북한사회의 모습은 이렇듯 크게 변모하고 있고 때로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변화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90년대 소위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시작된 시장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20년 이상된 도도한 물줄기이고 시대의 흐름과도 합치하는 것이어서 외부의 예상보다 에너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아무리 봉건적인 세습독재 체제인 북한이라고 해도 이러한 흐름을 단번에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오히려 좋아지고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은 ‘대중국개방의 확대’와 ‘시장화의 확산’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정책이나 사례들을 놓고 김정은 정권이 과연 개혁개방에 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개혁개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첫째 중국과 같이 개혁개방을 당의 공식노선으로 선언하지 않고 오히려 개혁개방을 거부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강조한다는 점 둘째 국제사회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투자 환경조성이 체계적이거나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 셋째 ‘경제 핵무력 병진노선’은 개혁개방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서 진정한 의미의 개혁개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추진한다는 평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개혁개방을 당의 공식노선으로 선언하지 않는 것이 언제라도 되돌아 갈 수 있는 퇴로를 열어 놓은 측면이 있다는 것은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1995~1997년 소위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일련의 변화흐름을 보면 지속적인 시장화와 대외개방의 흐름이며 이를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7·1조치 이후 개혁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이를 돌려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제는 시장화와 개방의 물결이 더욱 커졌고 가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되돌린다는 것은 더욱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둘째 국제사회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 중에 핵심은 핵 포기 문제가 핵심이다. 이것은 경제 핵무력 병진노선이 개혁개방과 양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내세운 경제 핵무력 병진노선은 일반적으로 핵 불포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핵을 갖췄으니 체제수호의 결정적인 담보를 마련했고 이젠 경제건설에 주력하겠다는 의미가 강조되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경제 핵무력 병진노선의 핵심은 더 이상 인민생활을 희생하는 대가로 국방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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