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과 朴대통령의 ‘통일준비위’

I.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방문 기간 중에 ‘독일통일이 한반도 통일의 모형’임을 밝혔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통일을 지향함을 천명한 것이다. 또한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길을 열었던 드레스덴을 방문하였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동독시민들의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무너진 후, 같은 해 12월 독일의 콜 총리는 드레스덴을 방문하여 성모교회 앞에서 ‘동독 주민의 자결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동독은 선거를 통해 의회를 구성한 후 곧바로 국가해산을 결의함으로써 서독 헌법의 통치영역으로 편입되었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의 성모교회를 방문함으로써 한반도 통일 역시 북한주민의 민주적 의사를 결집한 대표기구와 한국 간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독일 방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통치체제의 문제를 의미하는 흡수통일’과 ‘통일과정을 의미하는 합의통일’이 독일 통일의 본질이며, 이를 한반도 통일의 모형으로 삼겠다고 한 것이다. ‘흡수통일이냐 합의통일이냐?’는 본질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통일을 반대하는 한국 좌파들의 개념 왜곡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생긴 잘못된 질문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공대에서 명예법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설에서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였다. 내용은 예상한 대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식량생산 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을 위한 문화예술 교류, 북한과의 지하자원 공동개발, DMZ세계평화공원 건설을 제안하였다. 이어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였다.


II.
북한은 한국 대통령의 남북신뢰 구축을 위한 제안과 핵포기 요구를 일축하였다. 그 대신 동해로 발사한 노동미사일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규탄 성명을 역규탄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제4차 핵실험을 위협하였다. 필자가 작년 제3차 핵실험 당시 ‘평양 정식’이라고 부른 코스를 그대로 밟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싶으면 (1)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유엔의 제재를 부르고 (2) 유엔제재를 빌미로 핵실험을 하며 (3)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제재를 빌미로 한국과 미국에 핵전쟁위협을 하고 (4) 유엔제재는 시간이 지나면 중국의 경제지원과 북·중무역의 정상화, 그리고 개성공단으로 인해 사실상 유야무야된다. 어쩌면 핵탄두의 소형화를 과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북한은 핵실험과 함께 탄도미사일로 공해상의 한 목표물을 명중시킴으로써 한국과 미국에 대한 핵공격능력이 있음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강한 제재를 경고하였지만, 이 말을 누가 믿을까? 북한은 작년 핵실험과 전쟁위협에도 불구하고 식량은 500만 톤을 넘게 생산하였으며, 북·중무역 역시 증가하였으며 무역수지 역시 매우 개선되었다. 북한의 무연탄 연료가 필요한 동북 3성의 화력발전소 덕분이다. 북한 정권이 계획하고 있는 13개의 경제특구는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적어도 일부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부가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경고를 북한 정권은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III.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만큼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의 안보 전체를 위협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북핵 철거를 위한 드라이브를 전혀 걸지 않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서 북한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청하는 정도일 뿐, 중국은 6자회담 재개와 ‘중국의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 중’이라는 한가한 대답을 하였을 뿐이다. 설사 한국주도 통일에 대한 중국 조야의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한국인의 희망이 많이 섞인, 따라서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임기 초반의 아까운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북핵 문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관련국과 한국 내의 관심과 여론, 그리고 정부의 대책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그냥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집단의 믿음과 근거 없는 희망이 북한의 핵위협보다는 프로야구 시즌의 시작에 더 관심 있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햇볕정책을 무조건 지지하는 특정 북한대학원과 특정 북한학과의 교수들이 언론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자문과 의견을 독점함으로써 언론과 학계가 조직적으로 북한에 대한 오도된 판단을 주도하고 있다.


IV.
박 대통령의 독일 독트린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이 예상되는 시점에 나왔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실제로 독일 방문에서 박 대통령이 밝힌 자유민주주의 통일관은 긴 문장들로 구사된 통일 독트린의 내용보다는 대통령의 방문지와 일정, 그리고 짧은 메시지에 담겨 있다. 북한 동포에 대한 애정과 지원 제안을 담은 독트린의 내용은 한국의 우파나 좌파에게 모두 부족한 것으로, 따라서 양쪽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위협과 핵보유에 대한 집착으로 볼 때 실로 ‘그로테스크한’ 점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아마도 머지않은 시간 내에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을 할 것이다. 이 핵실험 결과는 21세기 한국의 현대사에 결정적인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북한의 실질적 핵보유 상황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대결처럼 서로 ‘현 상태 유지(status quo)’가 목적이 아니다. 북한은 핵위협으로 한국으로부터 얻어내려는 것이 매우 많으며, 그들이 공언하는 바는 적화통일, Red Korea에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대북온건정책으로 국내외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한 것을 기반으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물어 기존의 대북정책을 강제적 북핵 철거를 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외교, 국방, 동맹, 도발대응 정책을 재정립하고, 현재 유명무실한 민방위 능력을 어린아이들이 모인 장소와 학교, 병원 등을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또한 북한에 대한 전 방위 경제제재를 국제공조 하에 시도하고, 북한의 4차 핵실험 시 유엔 제재 안에 명시된 ‘특별 조치’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다음으로 북한 사회에 외부의 정보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체계적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휴전선의 대북확성기 방송은 물론, 민간대북방송, 북한 전문 언론, 북한민주화단체를 지원하여 이들을 북한주민과의 쌍방향 소통채널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공무원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지향하는 북한대학원을 설립하여 교육을 해야 한다. 현재의 좌경화된 특정 북한학과와 북한대학원이 대북 및 통일정책관련 공무원의 교육을 독점하는 한 통일관련 부처의 무력증이 계속될 것이다. 


동시에 박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겠다는 통일준비위원회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향한 평화통일의 원칙과 과정의 대강(大綱)을 설계하는 기구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을 넘어서는 통일정책을 입안한다는 생각은 매우 합리적이고 멋있게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북·통일 정책은 북핵문제를 이른바 출구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출구전략이란 북한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면서 남북경제공동체를 구축하고 임기 말에 남북국가연합을 출범시키면 북한이 굳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대북·통일정책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논의할 방법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통일만을 ‘평화통일’, ‘합의통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박근혜 정부는 통일의 길로 떠나는 시발점으로 잡아야 한다. ‘땅으로 인해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난다’는 옛 격언이 있다. 한국에 최대의 안보 위기를 안겨줄 북한의 핵보유를 북한체제 변화의 출발점으로 잡아 통일로 연결시켜야 한다. 북한 급변사태는 북한이 시작하고 한국이 만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켜야 한다는 약속이행의 의무로 국가에 위기를 초래하는 우(愚), 시간의 허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그 조건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안보 전체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보유 앞에서 신뢰프로세스란 ‘굴종프로세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