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10대원칙 개정과 국정원 흔들기

요즘 한국 정치권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과 이를 둘러싼 국정조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 와 10년을 살았지만 인터넷상에서의 한 명의 댓글이 국민들의 대통령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북한의 대남심리전 대응차원에서 진행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이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고 또 개입했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국정원 전체를 흔들고, 특히 대북업무를 무력화시키려는 기도에는 경종을 울리고 싶다.


얼마 전 북한은 북한판 바이블인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을 개정하였다. 그리고 현재 주민들은 이를 암송하고 학습하기에 정신이 없다고 한다.


북한의 10대원칙 개정, 접수(암기, 학습시키는 국가행위)사업과 유사하거나 꼭 같은 외부현상을 찾기는 어렵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이는 북한판 계엄령과 같다. 독재국가들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계엄령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이다. 왜냐면 이 기간 말을 잘 못하거나, 행동 하나 잘 못해도 과거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그랬던 것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대원칙은 북한인들의 사상과 정신은 물론 그들의 정치적 생명, 육체적 생명, 물질생활도 규정한다. 김정일은 이를 통해 자기의 정적과 곁가지들을 모두 숙청했고, 전 사회를 옴짝달싹 못 하게 통제하였으며, 자기의 후계권력 구도를 단단히 다졌다. 김정은도 그 전철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극에 극을 오가며 냉·온탕전술로 남한을 어지럽히고 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남한 불바다, 핵전쟁, 미국공격을 떠들던 그들이 갑자기 ‘평화주의자’가 돼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마치 카멜레온이 얼굴을 변색시키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근본에 갑자기 변화가 생겨서일까. 천만에다. 헌법과 모든 질서 위에 군림하는 북한판 바이블, 10대원칙 개정내용을 보면 더욱 명백하다.


김일성=김정일=당(김정은)으로 관통시킨 3대 세습 정당화의 정수 10대원칙은 이번에 ‘선군혁명위업 계승완성’을 북한의 최종 목표로 못 박아 놓았다. 사회주의권의 변화에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고 한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선택한 첫 국가전략인 경제, 핵 무력건설 병진노선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무적의 군사력 건설’을 선대 수령들의 업적으로 10대원칙 서문에 올렸다. 이것도 ‘핵보유국’을 명시한 헌법 개정에서 예고된 것이다.


‘세계적인 정치적 동란 속에서 주체의 사회주의를 믿음직하게 수호하고 더욱 강화발전 시킨’것도 이번 선대 수령들의 업적으로 명문화되었다. 이를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 김정은을 의미하는 당의 ‘로(노)선과 방침을 무조건 철저히 관철’이라는 조항으로 뒷받침하였다. 결국 김 부자=당(김정은)=선군혁명=핵 무력=사회주의 수호=유훈=당의 노선(김정은 말씀)의 등식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번 10대 원칙 개정의 본질이고 핵심이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조항이 있다. 제1조 5항 ‘전 세계에서의 주체사상의 승리를 위하여 끝까지 싸워나가야 한다’는 문구다. 이 조항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위업’을 ‘주체혁명위업’으로 개인화하고, ‘공산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정권’ 표현을 삭제하고, ‘봉건유교사상’을 슬쩍 뺏으며, ‘김일성주의’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바꾸면서도 그대로 둔 것이다. 봉건적 왕조 세습을 외형상 부끄러워하고 공산주의를 글로써 라도 포기해야 하는 딱한 처지의 북한이 전 세계에서의 주체사상의 승리를 과연 얼마나 확신하기에 그랬겠는가. 북한의 누구도 주체사상의 전 세계사적 승리를 믿지 않는다. 이 문구는 한반도의 주체사상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즉, 김씨 왕조의 조건으로 남한을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내정된 후 제일 먼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를 챙겼다. 그리고 통치를 시작한 후에는 맨 처음으로 보위부와 보안부에 김정일 명칭, 김정일 동상 건립을 허가해 주었다. 사정의 칼날, 계급투쟁의 칼날, 체제보위의 칼날을 가장 1순위에 놓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북한의 본색이 전혀 변하지 않았고, 핵 무장화로 더 위험해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인터넷 댓글을 계기로 정치권이 난리다. 그리고 이것을 이유로 국정원을 통째로 흔들려고 하고 있다. 특히 김씨 왕조의 주체사상화 공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심리전업무, 대북업무가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자기 손으로 자기 눈을 신 나게 찌르고 있는 셈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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