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터넷 접속 제한과 개인 디지털 기기 검열은 인권 침해”

북한인권NGO 성공적인통일여는사람들이 북한의 디지털인권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성공적인통일여는사람들 제공

디지털 인권에 관한 논의가 국제사회에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관련한 북한 상황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당국의 인터넷 이용 차단, 디지털 기기 검열을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인권 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는 10일 세계인권선언 73주년 기념행사, ‘북한 디지털 인권 보고서’ 발간 기념 웨비나에서 “인권 분야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이루어진 기술과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에 대해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제한된 인터넷, 새로운 기술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접근은 그 심각성에 비해 인권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과 파급효과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증대되고 있으나 이것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유엔은 지난 2019년 ‘디지털 상호 의존 시대(The Age of Digital Interdependence)’ 보고서를 발간하며 디지털 인권과 기술의 편익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인권의 구체적인 정의와 방향성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라며 북한의 디지털 인권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일 역시 의미가 깊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단체는 “이번 보고서는 탈북자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면접을 토대로 실제 북한 주민들의 신기술 및 디지털 미디어 사용 경험과 인식에 대한 증언을 수집하고 수록했다”며 “북한 당국의 디지털 기기 및 미디어 통제와 그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떤 영향을 받는 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또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부는 독재 정권 체제를 유지하고 주민들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한 체계적으로 디지털 접근과 디지털 인권을 차단한다”면서 “외국 정보와 콘텐츠는 북한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으며 정부 권력에 의해 모든 접근 수단이 차단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부족한 권리 의식과 정부의 형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정부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나서서 기존의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날 웨비나에는 탈북민들이 실제 북한에서 경험한 디지털 기기 이용 환경과 당국의 통제에 대한 부분도 언급됐다.

전 북한 노동당 간부였던 탈북민 노희창 씨는 “국가 인터넷망(인트라넷)은 사상 교양에 필요한 자료들을 쉽게 접하는 데 필요한 것일 뿐이다”며 “개인이 자신의 생활을 공유하고 대화하기 위한 용도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인터넷망의 경우 철저히 중앙당의 허가된 기관과 대상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며 “이마저도 전파탐지국이 감시와 도청을 하고 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국과의 교역을 위해 인터넷을 불가피하게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국가보위부가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은 중앙당으로 보고된다”고 덧붙였다.

평양 과학자 출신 탈북민 김건일 씨는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모든 디지털 기기 뒷면에 이름, 학년, 소속 등 쓰고 승인번호를 받아야 했다”며 “승인받지 않은 기기를 사용하다 들키면 당국이 모든 장비를 압수해 갔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보위부 등 기관에서 심적 증거만 가지고 살림집이나 주거지를 임의의 순간에 들이닥쳐 수색하는 경우도 있다”며 “노트북의 삭제된 데이터를 특정 툴을 이용‧복구해 처벌하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영화, 노래 등을 보다 들키면 퇴학을 당하고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퇴학을 당하는 친구들이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한국, 미국 등의 미디어를 유포하거나 시청한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모리스 티볼빈즈 비사법적 약식·임의처형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8월 반동문화배격법이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의사·표현의 자유에는 모든 종류의 정보와 아이디어를 찾고 수신하며 전달할 권리가 포함돼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국제 인권법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