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운 전략노선, 핵 포기 선언은 결코 아니다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이 이번주 금요일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북한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은 분단 7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한 정상 집무실에 직통전화가 설치된 날이기도 한데요, 김정은이 주재한 이날 전원회의에서 북한 당국은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했습니다. 그 핵심 내용은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을 중단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전략적 노선’이라는 개념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선언은 현재의 위기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전술적 기만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정서의 제목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입니다. 여기서는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다는 것을 엄숙하게 천명한다”며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이날 회의의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노선을 제시한 것은 사회주의위업 수행에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정치적 사변으로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은과 북한 당국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의 중단은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게 됐다는 판단 아래 이뤄진 것으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말하는 ‘전략노선’이라는 건 핵보유를 전제로 이뤄지는 개념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을 수락한 직후부터 ‘핵’ ‘핵무력’ ‘핵보유국’ 같은 용어를 쓰지 않고, 대신에 ‘전략국가’ ‘전략적 지위’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이 같은 북한 당국의 태도는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에 발간된 노동당 대내 기관지인 ‘근로자’에 따르면, ‘전략적 지위’란 ‘핵을 보유한 자주적인 핵 강국으로서 세계정치 무대에서 전략적 문제들을 주도해 나가는 확고한 지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 당국은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한미 양국의 눈치를 보면서 기만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태도가 그들이 강조하는 ‘자주’나 ‘주체’와도 모순된다는 점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기만전술로 한국과 미국을 속이려 한다면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지금보다 더욱 비참한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인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길잡이로 규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성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면 회담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김정은과의 만남이 결실이 없다면 회담장을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군사행동 등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의회의 코리 가드너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도 북한의 적대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북한과의 협상 실패 시 군사행동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기만전술로 핵 폐기를 보류하고 국제사회를 다시 속이려 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입니다. 핵 폐기 이후 추진될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지원이 물 건너가기 때문입니다.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남북, 미북정상회담 이전에 핵동결이 아니라 완전한 핵 폐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해서 관련국들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것입니다. 그 후에는 진정한 핵 폐기 실천만이 북한 당국도 살고 주민들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