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선개입 되레 역풍불 수 있다

북한은 1991년 탈냉전을 맞아 남측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북한은 합의서를 통해 내정불간섭 원칙에 동의했지만 이후 남한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 선거에 지속적으로 개입해왔다. 평상시에는 남한 내 종북(從北) 세력을 기반으로 그들의 영향력 확대를, 주요 선거를 앞두고는 각종 개입전술을 통해 특정 진영을 우회 지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EBS가 지난해 초중고생들의 언어 사용 실태 조사 내용을 보니 학생들은 마치 욕을 하는 기계와 같았다. 중고등 학생 4명에게 녹음기를 소지시켜 그 결과를 확인해본 결과 1명당 4시간 동안 평균 190여 회의 욕설을 했다. 이는 1시간에 49회로 75초에 1번씩 욕을 한 셈이다. 욕설은 학생들이 늘 접하는 인터넷을 통해 자연스럽게 악플이 된다. 


이런 욕설은 비단 우리 학교 학생들만의 것은 아니다. 북한 선전매체들도 이런 중고생 수준의 욕설을 우리를 향해 퍼붓고 있다. 오히려 아이들 수준만도 못한 저질 욕설과 비방 허위선전을 공적 성격의 매체에서 옮기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물론 조선중앙TV와 라디오 방송, 조평통 산하 우리민족끼리 등 대남공작매체도 연일 한국정부와 대통령,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 비난한다. 이와 함께 NLL침범 도발을 통해 남남갈등과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대남 선전 사이트들이 동원됐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모든 매체들이 총동원된 상태다.


한국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난은 광란에 가깝다. 금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 관영 매체가 한국 대선을 직접 언급한 경우는 4·11 총선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총 767건으로 하루 평균 4.6회였다. 17대 대선이 있었던 2007년 같은 기간(1.5회)보다 3배 가량이 늘었다.


북한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비난을 집중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조건 없는 대북지원과 도발에도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는 정권을 파트너로 삼고 싶은 것이 북한의 본심이다. 그런데 해외 언론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대북정책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평가한다.


월스트리트저널 에번 램스태드 기자는 “세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햇볕정책으로 회귀(回歸)할 것”이라고 했고, 10년째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변화를 지켜본 서울주재 일본특파원도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이 너무 비슷해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외국기자들의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논평 없이 대선 활동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집권 시 전쟁이 난다’며 유권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북한이 대선 개입을 위해 ‘전쟁’을 언급하는 것은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상기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엔 북한의 도발이 보수·우파 세력에 유리한 소재였지만 천안함 폭침 이후 2010년 6·2 지방선거는 진보·좌파 세력에 유리했다”며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보수층 결집 효과보다 전쟁을 무조건 피하려는 중도성향의 젊은층에서 친북·좌파 세력 지지 효과가 더 크다는 게 북한의 계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북한의 세 치 혀끝에 놀아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북한이 어느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과 선전선동을 한다고 해서 그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 혹은 낙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이 선호하는 후보를 지나치게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후보는 친북세력으로 오인되어 감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김용민 후보의 노인비하 발언과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에 대한 무례한 성적 모독발언이 공개돼 거센 역풍을 맞았다. 북한의 남한 대선 개입이 도를 넘어서면 이러한 부작용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이제 북풍이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지났다. 만약 우리 언론이 김정은에게 이러한 욕설을 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엄포를 놓을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기댈 대상은 중국도 미국도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무조건 지원해주는 시대는 지났다. 야권 후보가 당선돼도 국민 눈높이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1, 2년 반짝이다. 결국 한국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 호혜협력을 논의할 때 경제지원도 가능하다. 특정세력을 파트너로 삼아 북한 체제의 에너지 공급원으로만 삼겠다는 발상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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