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 태도 `유화적’

북한이 최근 미국에 대해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한ㆍ미 정상회담에 이어 6ㆍ15 공동선언 5돌을 계기로 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6.17면담’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달 중순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뉴욕접촉 과정에서도 잇달아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평양방송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기승을 부리는 암탉”이라고 비난했으며 외무성은 딕 체니 미 부통령이 김 위원장을 ‘무책임한 지도자’라고 발언한 데 대해 ‘망언’이라고 규탄했다.

또 외무성은 지난 6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핵 문제의 유엔상정 거론과 관련, ‘멍텅구리’로 쏘아붙였다.

그러나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은 물론 궁극적으로 북미 간의 ‘보다 정상적인 관계’(more normal relationship) 추진 방안에 합의하고, ‘6.17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7월 중 회담 복귀 용의’를 표명하면서 대미 비난의 톤과 횟수 등이 한결 누그러진 느낌이다.

특히 6ㆍ25를 맞아서도 다른 해와 달리 격렬한 반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의 대미 논조도 공세보다는 ‘공존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무게가 쏠려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서울에서 제15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우리(북)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조(북)ㆍ미 평화적 공존의지를 가진다면 조ㆍ미 적대관계는 우호관계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에도 한ㆍ미 정상회담과 때를 맞춰 미국측에 평화공존정책을 요구했다.

이런 논조들은 김 위원장이 정 장관과 면담에서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의지가 확고하다면 7월에라도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나 부시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면서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용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으면 이를 철회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밝혀 ‘사죄 및 철회’라는 지금까지의 회담 재개 조건에서 유연성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2일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6.17’ 면담으로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북-미가 어떤 접점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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