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외교는 ‘갈등’ 전략”

‘북한에 상주했던 첫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부터 2007년 남북정상회담까지 남북합의의 막후 조율자였던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현장에서 몸으로 겪은 북한의 외교를 ‘약소국의 갈등 만들기’로 풀어본 책을 내놨다.

그는 ‘북한의 선군외교: 약소국 북한의 강대국 미국 상대하기(刊 명인문화사)’에서 19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 두 차례 북핵 위기 때 북한이 약소국 입장에서 취한 ‘선군외교’의 전략을 분석하고 전망했다.

북한은 군사와 외교를 결합해 핵, 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무기를 개발해 협상카드로 활용하면서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 순응하기보다는 갈등을 통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해가고 있다는 것.

미국의 경제 및 외교지원을 최대한 얻기 위해 핵위기 등으로 긴장과 갈등의 수위를 높이면서 그에 편승을 시도하는 것이 탈냉전기 이후 북한의 대미 외교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북한의 대미 핵외교 행태는 ‘악명 및 모호성 유지 → 벼랑끝 대치 → 맞대응 → 위기관리 →양자협상 → 포괄적 일괄타결 → 근본문제 카드 활용 → 단계별 동시행동’의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서훈 전 차장은 진단했다.

북한은 2002년 10월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된 제2차 핵위기 때 핵실험을 실시하는 등 더욱 공세적이고 단호한 벼랑끝 전술을 썼지만, 이러한 단계별 패턴엔 변함이 없으며,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이런 패턴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고 서 전 차장은 분석했다.

서 전 차장은 책에서 미국과의 적대관계가 청산되면 북한의 이러한 `선군외교’ 전략은 점차 이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북미간 관계개선 움직임이 북한 `선군외교’의 작동영역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령화와 새로운 비전 제시의 필요성,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대내 정치적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2008년은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북미관계의 급진전은 북한의 선군외교의 필요성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것.

서훈 전 차장은 1997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금호지구 사무소의 대표로 북한에 상주한 첫 대한민국 국민으로 KEDO와 북한간 협상을 도맡았었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필두로 2007 남북정상회담까지 이후에 나온 다양한 남북간 합의서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을 떠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현장에서 북한을 직접 상대하면서 실무자로 가졌던 고민과 분석을 이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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