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교묘한 시간끌기 게임

앨빈 토플러 美 미래학자

(세계일보 2006-08-18)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한반도의 혼란은 북한이 한국과의 통일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명백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 및 미사일 기술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도록 빠른 해결을 서두르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는 것이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와 이를 운반할 미사일을 생산하면 협상을 더 오래 지연시키고 더 많은 장애 요인을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의 무기 기술이 발전해 보다 정교해지고 강력해질수록 북한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북한은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와 중단을 반복하면서 또다시 복귀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간벌기 전술이다. 미국으로부터의 심각한 공격 위협이 없는 한 북한은 시간 지연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으려 할 것이다.

한국이 진정 북한의 핵무기 획득을 우려한다면 회담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유권자들, 특히 북한보다도 미국에 더 적대적인 한국의 젊은층은 북한의 시간끌기에 관대하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더 이상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언젠가 통일될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왜 시간끌기에 나서지 않겠는가.

핵무기 개발·잇단 미사일 발사

이 때문에 6자회담은 시간을 오래 끄는 쪽이 승리자가 되는 듯한 상황으로 돼버렸다.

이 같은 시간끌기는 한국의 통일전략과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서도 나타난다. 얼마 전 한국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당시)은 한국의 정책이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기 위한 포용정책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구 소련의 붕괴가 북한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경제정책을 재고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의 변화가 북한의 경제개혁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한국 제조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도 커졌다. 노동조합조차 결성되지 않은 매우 싼 임금의 노동력이 존재하고 있는 북한에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도록 설득하고 한국 민간부문의 투자를 유치한다면 남북 모두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6자회담도 참여와 중단 반복

그래서 한국 기업들이 20억달러를 투자한 개성공단이 생겨났다. 개성공단은 당초 70만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이었지만 2005년 말 현재 개성공단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는 6000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임금은 중국산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낮다.

그러나 핵협상에서처럼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에서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동영 전 장관에 따르면 첫 10년간은 평화공존을 통한 화해의 시기이다. 북한이 핵 추구를 중단한다는 전제 아래 남북한은 매우 천천히 경제적 유대를 강화해나가고 북한은 중국과 같은 경제개혁을 실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 남북한은 15∼20년간의 제한적 연방제를 통해 많은 시간을 두고 사회적, 문화적 통합을 이뤄나갈 것이다.

對美 협상서 유리한 고지 노려

북한뿐 아니라 한국까지 매우 시간을 늦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늦추는 것은 북한에는 익숙한 일이지만 한세대 안에 제1의 물결인 농업사회부터 제3의 물결인 지식산업사회까지 모두 경험했으며 파이낸셜 타임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동성을 빼면 아무 것도 없는” ‘빨리빨리’가 생활화된 한국에는 전혀 익숙지 않은 일이다.

빠른 것을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에 비춰볼 때 북한과의 통일을 늦추는 지금과 같은 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생각은 지금처럼 세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기 전에는 그럴듯하게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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