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혁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만

최근 우리는 북한의 경제 개혁을 향한 미세한 신호, 다소 완화된 대외정책들을 통해 북한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과거 고대 예언자들이 동물 내장 모양을 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듯 오늘날 수많은 전문가는 북한의 수수께끼 같은 성명이나 발언들을 해석해나가며 주요 정책 변화를 예측하는데 지금은 경제개혁이 예측의 주를 이룬다.  

북한이 경제개혁을 시도하는 징후는 미묘한 내부 변화를 암시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북한 내부 온건파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는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저항군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외부로 은밀한 신호를 흘려보냈던 일을 연상시킨다.

이에 발맞춰 외부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조건 없는 경제·외교적 혜택을 제공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반영한 시각이다. 이는 ‘북한의 초기 개혁 행보를 위해서는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정책적 조언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미국 정부는 김정일이 보이지 않는 개혁가로서 대대적 경제 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는 기다렸다.

김정일이 개혁에 무관심하자 사람들은 이를 내부 세력들 간 경쟁과 분열 때문이라고 믿었고 한미 양국이 좀 더 대화하고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랬다면 북한이 외부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양보’가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였을 때에도 사람들은 미국과 한국 정부의 지원금 부족 또는 신보수주의자들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사실 북한을 다녀온 진보주의적 성향의 방문자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사실 북한 지도층 사이에서 경제 개혁 지지, 국가 개방, 벼랑끝 전술 감소, 핵 프로그램 포기 등의 움직임은 없었다.

다만 북한은 협상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대화와 압박의 양면전술을 이용, 강경파와 온건파 간에 끊임없이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켰을 뿐이다. 또한 북한이 수 십년간 추구해온 핵무기 확보 전략이 실은 외교적 협상 전략 넘어 국가 차원의 장기적 목표였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북한의 개혁이 미국과 한국 적대적 정책으로 실패로 돌아갔다는 주장은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의 유화정책에 불구, 각종 도발과 치명적 공격으로 대응함으로써 그 설득력을 잃게 되었고, 학계나 언론 전문가들도 북한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더 이상 미국을 비난할 수 없게 되었다.

김정일의 사망 소식과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그의 아들 김정은의 부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갖게 만들었다. 김정은이 우아한 자태의 그의 아내와 함께 무대 위에서 춤추는 디즈니 캐릭터들, 영화 ‘록키’의 하이라이트 장면 등을 관람한다거나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악을 듣는 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북한에 새 희망찬 아침 밝았다는 과도한 희망을 갖게하였다.

최근 몇 주간 북한은 중국, 미국, 일본과 함께 새로운 외교적 이니셔티브(동기)를 모색함으로써 전술적 변화를 보였다. 한 언론 단체는 북한이 사실상 계획경제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 학자는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북한의 개혁·개방의 속도와 그 규모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북한의 새 지도자가 경제 개혁을 널리 퍼뜨려 국가 정책을 변화시키길 바라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모든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이 불충분할 뿐더러 과거의 실패한 예측들과 헛된 희망의 전제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아울러 우리는 어느 한 국가가 자국식 경제 개혁 시도하려고 했다는 점과 그것이 정치적 개혁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실패했다는 한 국가의 사례를 잊어서는 안된다. 바로 중국이다.

스티븐 헤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경제적 개혁 또는 개선은 권력을 강화하거나 정치적 변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그것을 주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김정은의 배후 인물로 알려진 장성택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나성·황금평 경제 특구 복원을 위한 지원만을 약속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과거 김정일과 실패한 경제 개혁 추진 방안을 다시 논의하고자 김정은에게 물질적 혜택의 유혹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북한이 새로운 도박을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최근 싱가포르에서의 보여준 북한의 미국과의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교류 시도는 북한이 핵무기 확보를 위한 자국의 의지를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북한은 미국측에 올해 초부터 더욱 거세진 강경적 태도로부터 변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2월, “우리가 지금까지 허리띠를 조이고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면서 수천만금을 들여 핵억제력을 보유한 것은 미국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다. 한심한 자들만 우리가 핵억제력을 몇 푼의 경제지원과 맞바꿀 것이라는 망상을 품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집권 후 김정은은 은둔형 아버지 보다 더 카리스마적이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더 부각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물론 그는 자신이 원하던 원치 않던, 경제 개혁을 시도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 

북한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김정은은 5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천안함·연평도 사건, 그리고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내부 인물을 숙청한 배후자로 지목되고 있다. 김정은이 직위에 오른 후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을 암살할 것과 한국 매스컴을 조준타격할 것이라고 위협하였고 국제사회의 거듭된 반대에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금까지 김정은은 스타일에 있어서는 변화를 보여줬지만 기존의 정책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다. 김정은이 몇몇 서양 문화의 상징 몇 개 수용했다고해서 그가 자본주의 또는 민주주의 지향하고 비위협적인 외교정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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