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가상배급’을 아십니까?

최근, 함경북도 회령시 일부 노동자들이 6개월분 식량을 배급 받았다고 한다. 기업소 노동자, 철도 노동자, 연령 보장 세대(노인) 중 개인 경작을 하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배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막을 알고 보면 미래를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북한의 현실을 가감 없이 알 수 있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함경도 일부 지역에서 협동농장의 토지를 공장 기업소에 배정해 노동자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식량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왔다. 협동농장으로부터 땅을 배정 받은 공장 기업소는 소속 노동자들에게 생산량의 10~30%를 받는 조건으로 경작권을 개별 분배한다.

경작권을 얻은 노동자들은 수확량의 10~30%를 기업소에 내고, 10%를 국가에 추가로 바친 후, 나머지를 소유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회령에서, 기업소와 국가에 생산물의 일부를 바치고 남은 노동자들의 개인 소유 생산물을 당국이 ‘국가 배급’으로 간주해 ‘배급서류’가 작성되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식량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서류를 조작해서 만든 ‘가상배급’이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노동자들이 경작료와 사실상의 국가세금을 납부하고 얻은 엄연한 개인의 소유재산을 북한 당국이 서류상으로 착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 놀라운 것은 ‘국가에서 배급을 받았으니, 국가의 공식배급가격에 따라 배급비를 내라’며 노동자들에게 추가로 돈을 걷어 간 것이다. 배급제 하의 북한 노동자들은 기업소 “경리부”를 통해 배급표를 지급받아 매달 2회(1일, 16일)씩 배급소에서 그 배급표에 따라 유상으로 식량을 구입했었다.

현재 북한의 국가 공식 배급가격은 쌀 1kg이 44원, 강냉이 26원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1년 동안 농사를 지어 경작권료와 국가에 내는 현물을 빼고 강냉이 300kg을 손에 쥐었다면, 강냉이 국정배급가격 26원을 기준으로 북한 돈 7,200원을 국가에 또 내야 하는 셈이다.

국가로부터 실제로 배급을 받지도 않은 채, 경작권료, 국가세금, 국가 배급비, 농약값, 비료값, 종자값 등을 떼고 나면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올해 함경북도 경흥군에 있는 농장들이 기업소용 토지 경작을 하려고 했지만, 토지 경작을 하겠다고 나서는 노동자가 거의 없어 기업소용 토지 배정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은 철저한 의존경제로 접어들었다. 외부의 지원이 없이는 국가와 사회는 물론 독재정권도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정일 정권은 외부의 지원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이 정권 약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에 벌어진 회령의 서류조작을 통한 ‘가상배급’ 사건은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김정일 정권이 얼마나 눈물 겹게 노력하는지,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와 착취가 얼마나 막무가내로 벌어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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