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對美 군사회담 제의 사례

북한은 13일 정전협정 조항을 거론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대표가 참석하는 북.미 간 군사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사실상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의미하는 북한의 이 같은 제안은 북핵 2.13합의 이행 시점과 맞물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측이 먼저 제의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염두에 둔 북한의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1953년 정정협정 체결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1973년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5기 2차 회의에서 김일 총리가 남북평화협정체결을 제의한 데 이어 1974년 3차 회의에서는 조(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제의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198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에서 남북과 미국 등 3자 회담을 제의한데 이어 1986년 6월9일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은 남.북.미 3자 군사당국자 회담을 제의했다.

북한은 1991년 3월25일 군정위 유엔사측 수석대표로 한국군 장성(황원탁 소장)이 임명되자 이를 문제 삼아 정전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무력화에 나섰다.

같은 해 5월23일 유엔사 기구인 중립국감독위 활동 불참을 통보한 데 이어 북측 군정위 수석대표 평양 소환(1992.8.24), 군정위 판문점 철수 발표(1994.4.28), 북한 판문점 대표부 설치(1994.5.24), 군정위 중국측 대표단 철수(1994.12.15), 체코(1994.4.3) 및 폴란드(1995.2.28) 중감위 대표단 철수, 정전협정 준수임무 포기선언(1996.4.4) 등의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북한은 이 같은 정전체제 무력화 조치와 함께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 등을 논의하자며 미국에 여러 차례 협상을 제의했다.

1996년 2월2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 조선 정책과 현 조미관계 수준을 고려해 우리는 조선반도에서 무장충돌과 전쟁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평화협정 체결시까지 정전상태를 평화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북.미 간 잠정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북측은 이와 함께 잠정협정을 이행하고 감독하기 위해 기존 군사정전위를 대신할 북.미 공동군사기구 설치와 잠정협정 체결 및 군사공동위 설치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의 북.미 간 협의를 제의했다.

또 1998년 10월에는 남북과 미국이 참가하는 새로운 군사공동기구인 ‘군사안전보장위원회’의 설치를 처음으로 주장한 뒤 이후에는 이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북한군과 유엔사 간의 장성급회담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측의 정전체제 무력화로 군사정전위가 열리지 못하면서 북한군과 유엔군은 1998년6월부터 2002년 9월까지 14차례의 장성급회담을 개최했다.

그러나 북.미 간 잠정협정 체결 등 일련의 북한의 주장은 한국이 배제된 어떤 협정도 북한과 체결할 수 없다는 미측의 입장과 북측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지속적인 정전협정 위반에 따른 신뢰 부족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북측은 유엔대표까지 포함시킨 북.미 군사회담을 열자고 13일 주장했지만 이 역시 남한을 당사자에서 배제하고 있고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측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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