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對南 비방 인권유린 가리려는 꼼수다

북한 관제언론이 우리사회에 대해 제기한 말도 안 되는 비난이 국내 미디어를 통해서 소개된다. 터무니 없는 트집이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민주화를 거쳐 여야의 정권교체가 몇 차례나 이루어진 우리 사회에 대해서 지상 최악의 독재국가인 북한이 쏟아내는 비난을 듣다보면 우리는 북한의 체제와 지배층의 실정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고 체념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선전전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탈북자와 관련한 북한의 주장을 생각해보자. 북한 당국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남한 정부는 여론을 호도하여 보수층이 재집권하도록 하기 위해서 탈북자 북송을 문제를 계기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를 제기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사회의 보수층은 큰 잘못을 저질렀고 북한 당국은 이를 꾸짖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북한이 강변하는 이 하나의 문장 속에 상식을 파괴하는 논리적 오류가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북한과 관련해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수구꼴통으로 낙인찍고 상식적인 오류를 애써 눈감아주는 사람을 진보인사라고 부르는 논리적 실수를 범하고 있다. 


“남한은 다가오는 총선에서”라는 표현은 남한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말로 북한의 셀프 탄핵이다. 남한은 입법기관인 국회를 4년마다 한 번씩 평가하는 총선거라는 제도가 있다. 남한의 선거 각각의 정당과 정치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서 당선과 낙선이 결정된다.


북한에서는 지난 60년간 자국민을 100만 이상을 굶겨 죽이는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집권자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그리고 그 손자로 정치권력을 세습해왔다. 북한에서 선거는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국가권력에 형식적 면죄부를 부여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보수당이 재집권의 망상을 실현하려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자가당착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보수당이든 진보당이든 이념적 성향과 상관없이 모든 정당은 ‘재집권을 실현하려고 시도’하지만 반드시 재집권하거나 정권을 창출한다는 보장은 없다.


남한에서는 모든 정당이 집권하려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이외에는 어떤 정당도 집권은 고사하고 존재차제가 허용되지 않는 폐쇄적 단일체제이다. 문제는 북한의 노동당은 북한의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 김씨 일가와 소수 특권층의 집권을 위한 정치적 도구이다.


한국의 “집권당이 여론을 호도하려고 한다”는 북한의 주장은 단순한 매도이다. 남한의 집권당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는 남한에서 여론에 어떤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정당이 주장하는 것을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이다.


집권당뿐 아니라 어떤 정당도 여론에 호소할 수 있지만 국민의 여론은 집권당의 호소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2000년 6월 15일에 개최되었던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4월 13일 16대 국회의원 총선 직전에 발표되었지만 총선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133석, 집권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이 115석을 획득했다.


남한의 정계와 시민사회에서 일어나는 “탈북자의 인도적 처리와 북한의 인권문제 제기”는 북한에 대한 도발 행위가 아니라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여 공개처형하려는 북한당국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부터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려는 인도적 노력이다.


선거를 거치며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해 본 적이 없는 북한의 집권층에게 인권문제는 권력유지에 심각한 위협일 것이다. 군사적 긴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국내문제인 인권개선을 ‘대결바람’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북한 당국이 저지른 인간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를 숨기려는 꼼수이다.


독재자들은 인권과 민주주의와 같은 보편주의(universalism)의 가치를 부정하고 개별 집단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상대주의(relativism)를 앞세워 인권 가치의 보편적 수용을 동서양의 문명대결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인권탄압을 정당화해왔다. 서양에서도 불과 100년 전에는 지배자와 다른 신념과 양심의 자유를 부정하고 시민을 공개적으로 처형하기도 했다.


북한은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여 삼족을 멸절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극단적인 대응은 100년 전 서양의 인권기준을 추종하는 모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권에 있어서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상대주의가 용인되어야 한다는 점은 상식적인 말이다.


다만 상대주의의 예외는 사회적인 약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헐벗고 굶주린 주민에게 더 많은 혜택과 권리가 인정되는 상대주의만 인정되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권은 정치권력의 안위에 우선해야한다는 기준은 시대와 문명의 차이를 떠나 쉽고 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