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홀리데이 외교’

북한은 올해 중국 춘제(春節.설)에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한국시간 5일)엔 미사일 발사를, 그리고 지난 10월9일 미국 콜럼버스데이에 맞춰 핵 실험을 강행했다.

미국 추수감사절을 앞둔 지난 10월20일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베이징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나기로 했으나 김 부상이 독감을 이유로 나오지 않는 바람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약 일주일만인 26일 베이징을 다시 찾아야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베이징에 모인 6자회담 대표단은 북한의 이런 `홀리데이 외교’에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북한은 그동안 공휴일이나 주말 등을 이용해 메가톤급 발표들을 내놓거나 회담을 가진 사례가 많았다.

최소한 크리스마스 이전에 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연휴를 보내려는 미국 대표단의 초조함을 이용한 북한의 협상전략에 각국 대표단은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크리스마스가 월요일이어서 사실상 23일부터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21일 정도에는 회담을 마쳐야 회담 결과에 대한 보고 및 평가까지 일단락지을 수 있다.

벌써부터 이번 회담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염두에 둔 북한의 협상지연 전략이 먹혀드는 분위기다.

힐 차관보는 18일 북한의 기조연설에 대해 “확실히 크리스마스 연휴 기분에 맞춘 내용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심지어 베이징 일각에선 힐 차관보가 부인으로부터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농담성 위협을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괴담까지 떠돌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매우 교묘하게 협상 상대의 약점을 잡고 연휴를 이용하고 있는데 상당한 고의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의 초조함과는 달리 13개월만에 이번 6자회담을 성사시킨 의장국 중국은 다소 느긋하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대표단들이 여기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19 공동성명이 나온 4차 6자회담도 결국 한국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 마지막날까지 이어져 대표단은 연휴를 망칠 수 밖에 없었다. 추석을 중추제(中秋節)로 즐기는 중국 외교부는 당시 대표단에게 월병(月餠)을 선물하며 각국 대표단의 노고를 위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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