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시장’, 화폐개혁 맞고 살아남을까

북한의 이번 화폐개혁에서는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느슨해진 사회 통제의 `고삐’를 다시 틀어쥐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당장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계층이 `7.1조치’ 이후 개인 상거래를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한 북한의 중소 상공인들이다.


최근의 사례만 보면 이들 상공인이 지배하는 북한의 시장은 당국의 통제권에서 상당히 이탈해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 당국이 지난 2월 내놓은 이른바 `2월17일 방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 조치의 골자는 당국이 허가한 시장에서 외국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북한의 크고 작은 시장들은 거래 상품의 70% 이상이 중국산일 정도로 외부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시장에서의 외국상품 유통량과 범위가 두고 볼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비근한 예로 이들 외국상품 가운데는 `한국산’도 상당량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극도로 궁핍해진 주민들의 생필품난을 완화시키기 위해 시장 거래의 숨통을 조금 열어줬던 것이 북한 사회에 시장경제의 `참맛’을 널리 퍼뜨리는 결과를 가져온 꼴이다. 그것은 바로 북한의 시장에서 매일같이 목도되는 `이윤추구를 통한 개인적 부의 축적’이다.


북한 당국의 `2월17일 방침’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도 주민들한테 이미 익숙해진 `시장경제의 참맛’을 억압하는데 통제력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방침이 떨어지자 북한의 시장은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단속의 눈길을 피하는 음성적 거래까지 막지는 못했다.


2007년 현재 북한 전역에는 당국의 허가를 받은 `종합시장’만 3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자생적 장터인 `장마당’이나 옮겨다니는 `메뚜기시장’ 등 미허가 시장까지 합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북한 내부에서 흘러나온 `군중강연자료'(북한 당국자의 강연 자료) 등에 따르면 종합시장의 매대 수는 시.군.구 인구에 비례해 허용되며 이를 감안할 때 북한 전역에는 600∼2천 개의 매대가 장사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수치들을 종합하면 대략 60만명 가량의 북한 주민들이 일상적 상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이 숫자를 100만명선까지 보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인구를 2천300만 정도로 보면 대략 23명당 1명꼴로 상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상업거래는 공식, 비공식 두 부문이 얽혀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면서 “어쨌든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상업거래를 통해 돈을 모은 상공인들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상황에서 사상 유례 없는 `3대 권력세습’을 추진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주민 통제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같은 의도가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우선 통제력 회복을 위해서는 사적 경제활동에 대한 정리작업을 넘어서 공적인 분배능력의 확충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실정에서 이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또 중앙 배급시스템이 거의 붕괴된 상황에서 오랜 기간 주민들이 일상적 수요를 자생 시장 등에서 해결해온 터라 시장을 완전히 죽이기도 어려운 처지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연구교수는 “북한 당국이 시장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성적인 재화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서 시장과 개인 상행위를 뿌리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