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음악-주체철학’ 연구 이현주 교수

“콩나물 대가리에 무슨 사상이 있을까?”

국내에서 처음으로 북한음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현주(41.여) 아시아대 교수는 31일 해방 후 남과 북의 음악은 정치적 격변을 겪으며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고 그 간극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음악에는 어떤 사상이 담겨 있나’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자신의 연구성과를 모아 최근 ’북한음악과 주체철학’(민속원 刊)을 펴냈다.

국악을 전공한 이 교수는 1990년 윤이상(1917-1995) 선생이 주도한 평양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참여하면서 북한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4년 ’북한음악의 변용과 철학사상적 근거’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1990년대까지 북한음악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고 정보 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국내는 물론 일본이나 중국에 갈 때마다 북한음악에 대한 자료를 조금씩 모았다고 밝혔다.

“남북 음악의 뿌리는 같았지만 북한에서 1956년 8월 종파사건 후 김일성 유일 체제가 확립되면서 음악도 전환기를 맞았어요. 1950년대 중반에 나온 ’주체’라는 개념이 음악에도 구체화돼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음악을 고전음악, 민족음악, 조선음악, 주체음악, 선군(先軍)음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북한음악의 선율, 박자, 악보에는 사상이 없지만 가사는 주체사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남북한 음악의 차이에 대해서는 “남쪽 음악은 서양음악에 국악이 곁붙는 양상이라면 북쪽에서는 국악에 서양음악을 철저히 복종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악기 개량을 주도하는 등 음악적 조예도 상당하다고 들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구 소련에서 잠깐 음악을 전공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김정일식’으로 완성하면서 그런 사상을 담은 ’음악정치’도 1970년대 틀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나아가 “북한에서는 (지도자) 한 사람의 음악적 취향이 사회 전체의 음악세계를 좌우할 정도로 독특하다”면서 “향후 통일과정에서 남북 간 음악에도 상당한 갈등과 통일비용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김일성 주석은 판소리의 거친 음을 ’쐑소리’라며 싫어했어요. 지극히 맑고 고운 음색을 특징으로 하는 서도소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당연히 판소리의 거칠고 탁한 소리는 멀리 한 것이죠. 그 결과 북한에서 판소리가 설 자리는 사라져갔습니다.”

이 교수는 “활발한 문화교류를 통해 이런 음악적 간극을 메우고 미리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 브로드웨이에 북한의 혁명가극 ’피바다’를 각색해 소개하는 등 북한음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남북문화연구소를 설립한 이 교수는 현재 월북국악인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보다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문화교류 방안을 모색하고 싶지만, 아직은 외롭다”고 털어놨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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