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보는데 있어서 ‘전문가들의 오류’

장성택 숙청이 북한 외부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김정은 정권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증가했다는 점일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자신의 고모부이자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장성택을 전격적으로 처형함으로써, 북한 권력층 내부에 동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숙청이 김정은 유일체제의 강화로 이어졌다는 평가지만, 김정은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장기적으로 북한 권력층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권력층 내부의 동요 가능성을 떠나 장성택 숙청은 김정은 리더십의 한계도 보여준다. 국가안전보위부의 특별군사재판장에 불려나온 장성택의 멍든 얼굴과 손을 볼 때, 북한이 장성택에게 적용한 국가전복음모죄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에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고 삐딱하게 앉아있던 태도가 김정은의 지시를 일사분란하게 이행하지 않는 ‘불경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더라도 장성택을 처형까지 시킨 것은 과도한 것이었다. 노회한 지도자라면 적당한 경고와 회유를 통해 장성택을 끌고 가며 장성택의 능력을 활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에게는 그런 능수능란한 리더십이 부족했다.


뿐만 아니다. 김정은 집권 2년을 되돌아보면 김정은 정권의 즉흥성과 미숙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초 전쟁을 할 것처럼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긴장을 고조시키다, 5월을 전후해 방향을 전환한 뒤로는 ‘북한이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남한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2012년 4월 장거리로켓 발사 당시에는 외신기자들을 불러 로켓 발사실황을 보여주겠다고 해 놓고 정작 발사 당일에는 평양에 있는 외신기자들을 배제시켰고, 지난해 9월에는 우여곡절 끝에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해놓고 불과 나흘 전에 상봉을 무산시키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미국측의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북한붕괴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여러 돌발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는 여전히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권력층의 경우 당 조직지도부가 모든 조직생활을 감시하고 있고, 실질적인 무력을 갖고 있는 군부는 총정치국에 의해 각 단위별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도 예전보다 느슨해졌다고는 하지만 보위부나 보안부 같은 폭압적 통제기구들의 역할이 유효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북한에서는 반(反)체제세력의 구심점이 될 단초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외부 정보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체제를 뒤흔들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고, 대규모 대중시위에 필수적인 (국가로부터 독립된) 독자적인 정보유통 수단도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북한의 경우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에 영향을 미쳤던 구소련 붕괴 같은 외부변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현재 시점에서 북한의 붕괴를 불러 올 요소는 많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을 보는 관점에서 보다 겸손해지자


대개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학습을 통해 형성된 자신의 패러다임에 맞춰 사물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복잡한 현상을 조리있게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고정된 패러다임의 틀로 인해 다른 패러다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 이른바 ‘전문가들의 오류’다.


2014년 2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을 바라보는데 있어 조금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패러다임으로는 돌발적 변수가 상존해있는 미래를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 체제가 건재했듯이 김정은 체제도 견고하게 지탱될 것이라는 관점도, 집권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점도 지금 시점에서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기 어렵다. 모두 다 고정된 관점에서 벗어나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북한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만, 여러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한 가지, 즉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가 김정은 정권의 장기지속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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