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우상화물 닦는 ‘위생 월간’

▲ 북한에서 3~4월은 ‘봄철 위생월간’이다

요즈음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현지교시비, 사적비, 연구실 같은 우상화 상징물들 앞에 사람들이 모여 페인트 칠을 하고 횟가루(석회가루) 칠을 하면서 법석거린다. 북한에서 3, 4월은 ‘봄철 위생월간’이기 때문이다.

봄철 위생을 중요시 하는 것은 세계 어느 곳이나 다를 바 없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겨울의 묵은 때를 씻고, 인간의 생명활동에 이로운 물질의 소생을 활발하게 하는 한편 해로운 물질의 소생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봄철 위생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위생’이란 여느 사회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북한에서는 위생마저 ‘김정일에 대한 충실성’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위생사업은 김父子 우상화 사업

북한에서는 위생 캠페인을 하면서 “생산문화, 생활문화를 확립하자”고 한다. ‘생산문화’란 일터를 깨끗이 꾸미고 설비와 자재를 알뜰히 다루며 제품의 질과 위생상태를 높이는 사업을 말한다. 또 ‘생활문화’란 생활을 소박하고 알뜰하게 문화위생적으로 꾸리는 사업을 말한다.

여기서 중복되는 ‘문화’를 북한식으로 말하면 “역사발전의 과정에서 인류가 창조한 물질적, 정신적 부의 총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문화를 김일성, 김정일이 창조했다고 한다. 그런 ‘문화’를 위생과 결부시킨다. 위생이란 “건강에 해를 주는 요소를 없애고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데 맞게 생활하며 필요한 환경과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말하는 ‘문화위생’이라는 단어를 종합하여 정의하면 “김일성, 김정일이 창조한 ‘문화’에 해가 되는 요소를 없애고, 김일성, 김정일이 창조한 ‘문화’를 보호 증진하며 그러한 환경과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우스운 3단 논법에 의해 북한에서의 위생사업은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사업으로 변질되었다.

페인트만 생기면 우상화 상징물부터 칠해

북한에서 벌이는 봄철 위생사업은 김 부자의 동상, 사적지, 다녀간 마을, 그들이 직접 만져보았다는 기계, 설비 등이 중심을 이룬다. 북한에는 가는 곳마다 김일성, 김정일의 우상화 상징물이 셀 수도 없이 많다. 김일성 동상만 해도 전국에 3만 5천여 개에 달한다. 이것을 청소하는 데도 봄철이 다 지나갈 정도다. 그러니 다른 위생에 신경 쓸 틈이나 있겠나.

김 부자의 우상화와 관계없지만 실제로는 인민들의 위생과 생산발전에 직결되는 공장이나 기업소, 농장의 건물이나 설비에 대해서는 ‘위생 월간’을 맞아 페인트 칠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페인트를 생산하는 화학공장부터 생산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인트가 생겨나기만 하면 김일성, 김정일의 현지교시비를 비롯한 각종 우상화 상징물을 칠해대기 바쁘니 도대체 ‘생산문화’의 의미를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생산설비에 아예 손을 안 될 수도 없다. 그것도 하나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 못해 대청소를 진행한다. 그러나 작업장마다 횟가루를 칠하고 겨울 내내 쌓여진 오물을 걷어내는 것으로 그친다. 그리고 나서 1년 동안 그 공장은 가동을 하지 않은 채 다음 해 봄을 기다린다. 이것이 기관이나 기업소에서 벌이는 위생사업의 전부다.

가정 위생의 핵심은 초상화 관리

주택가에서는 동사무소에서 인민반별로 주민들을 동원하여 위생사업을 진행한다. 북한에서 거리나 마을 청소는 남한처럼 전문 청소업체나 기관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별로 한 사람씩 동원되어 맡겨진 일을 하게 된다. 물론 북한에도 남한의 청소업체와 비슷한 기관이 있긴 하다. ‘도시경영사업소’가 그런 곳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구조인지 제 손으로 하지 않고 항상 주민들을 동원시킨다.

주민들은 출근 전에 거리에 불려 나와 출석도장을 찍고 길을 쓸고, 파손된 인도를 뚝심으로 수리한다. 학생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학교 건물, 교실 벽에 횟가루 칠을 하고 바닥 청소, 화장실 등 대청소를 벌이는 것은 물론, 도로와 거리 등 공공건물의 횟가루 칠도 학생들의 몫이다. 북한에서는 지난 50여 년 동안 그렇게 오래도록 ‘주인의식’을 강조해 왔지만 사실 강압적인 통제 없이 굴러가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가정의 위생사업도 문제다. 주민들 스스로 자기가 사는 집의 위생은 당연히 지켜 나가련만, 당 조직을 비롯한 해당 기관에서는 주민들을 어떻게든 걸고 넘어지려고만 든다. 이 무렵이면 동사무소에서 매 가정을 방문하여 위생검열을 한다. 가정 역시 벽에 횟가루 칠이나 하고 겨울철에 쌓인 오물들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 전부다. 사실 위생검열의 주요한 포인트는 가정의 정면에 ‘모신’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초상화의 청결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주일 논설위원(2000년 입국, 평남출신) leejuil@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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