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인가?

▲ 인민해방군 사열장면 <사진:연합>

북한의 체제붕괴는 시간문제다.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한 북한의 연착륙을 기대했던 사람들도 그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했다. 붕괴의 가능성은 높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남한에 가져다 줄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고 나면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앞의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유이나 뒤의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른바 북한의 ‘중국속국론’의 근거를 보자.

첫째, 북한의 노동당원이나 군인들이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중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나 공포가 덜하다는 것. 둘째, 북한에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중우호협력 및 호상원조 조약’에 의해 중국은 즉각 개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국제법적으로 적절한 개입근거가 없다는 것.

셋째, 중국은 영토적 관심이 크고 주변 국가들과 끊임없이 영토분쟁을 벌여왔다는 것. 넷째, 북한이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군사전략상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이를 절대 잠재적 적대국의 영향권으로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속국되면 중국은 손해

위의 주장은 진실에 기초한 것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북한이 중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 남는 것은 중국에 분명한 이익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은 손해가 명확한 반면 이익이 불분명하다.

첫째,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으로 남았을 때 중국의 가장 큰 이익은 북한을 국제적 충돌의 완충지대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였을 때 미국은 북한을 함부로 침공할 수 없다. 독립국가 침공에 대한 국제적 반발과 저항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면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는 데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중국이 북한을 속국으로 만드는 것은 대미 군사전략 차원에서 본다면 역효과 전략인 셈이다.

둘째, 남북한은 모두 민족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북한이 중국의 단순한 동맹국으로 남는다면 이에 대한 저항감이 크지 않겠지만, 만약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면 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저항이 매우 강해져 오히려 동맹이탈을 떠미는 정치적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남한도 민족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고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했을 때 현재에 비해 수백 수천 배 늘어난 각종 남북교류에는 민족주의가 흐르게 될 것이다.

민족주의는 북한으로 흘러가는 엄청난 돈에도 묻어 있을 것이다. 정치적 기반이 허약할 것이 명확한 북한의 신정권, 즉 중국의 괴뢰정권이 이것을 견뎌낼 수가 없다. 괴뢰 정권의 붕괴는 곧 동맹이탈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중국은 현재 각종 교육기관과 언론기관에서 제국주의를 나쁜 것으로, 제국주의를 미워하도록 교육선전하고 있다. 중국은 근현대사에서 일관되게 제국주의의 피해를 입은 국가로 선전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속국을 만들어 스스로 제국주의 국가가 된다면 그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넷째,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된다면, 일본과 동남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위협론이 더욱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운신에 상당한 구속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그것은 중국의 외교전략에 커다란 타격이다.

체제전환 후에는 친중-친미가 유리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은 북한 주민과 한국은 물론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이해관련국들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한반도의 장래와 동아시아의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사실 북한의 중국속국화는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세계는 그런 반역사적인 일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북한에 친중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것은 이것과는 다른 문제다. 북한에 중국과 밀접히 협력하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은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나 북한의 안보를 위해서나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다. 친중적인 것은 자주성과 배치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누군가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은 오히려 자주성의 징표다.

현재의 남한도 중국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북한이나 통일한국은 현재의 남한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북한이나 통일한국은 시장, 생산기지, 투자, 기술제휴, 문화교류, 지역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적극 협력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 속도와 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정치경제적 지위를 고려할 때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중국과도 친하게 지내고 미국과도 친하게 지내야지, 미국과 친하게 지내면 중국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된다거나 중국과 친하게 지내면 미국과 친하게 지낼 수 없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김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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