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할 빈민집단 아니다”

통일 후 한국의 막대한 통일비용 지원이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해(害)’가 된다는 지적이 2일 제기됐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남북관계 그리고 자본시장의 미래를 묻는다’라는 세미나에서 이상근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의 남북 경제 통합정책은 무작정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보전해줌으로써 북한의 산업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나을 뿐”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통일비용 투입을 경계했다.


이 연구위원은 “막대한 통일비용 투입을 주장하는 대다수 연구자들은 북한주민들의 가치창출 능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 주민들 대다수는 남한 사람들이 먹여 살려야만 하는 굶주린 빈민집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상근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의 가치창출 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봉섭 기자

이 연구위원은 “북한에서는 각종 규제가 많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뇌물비용 등 거래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면서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가치창출능력이 제한되어 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시장은 주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태동했기 때문에 몇 가지 장애요인만 제거된다면 활발한 시장경제 활동을 통해 스스로 북한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라면서 “한국의 통일비용은 사회간접자본, 의료시설 및 의약 지원, 교육 분야 등에만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주민들은 거래비용만 축소되면 품질은 낮지만 중국산 제품보다 싼 제품을 생산해낼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낮은 소득은 이 같은 북한 제품들의 판로를 열어줌으로써 북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재고미(米)를 북한 시장에 싼 값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에 한국쌀을 싼 값에 공급하는 것은 북한 농업을 황폐화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면서 “쌀 무상 지원은 극빈층, 탁아소, 양로원등에만 국한되어야 한다.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는 비료공급과 농기계, 연료만 적절히 구입할 수 있는 여건만 제공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수년 내 북한 곡물 생산량은 50%이상의 성장 성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 연구위원은 독일의 통일사례를 제시하면서 무분별한 통일비용 지원보다는 남북 사회통합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독의 사회발전은 현재 답보 상태”라면서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 동독 주민들의 소득이 서독의 2/3수준까지 향상 됐지만 이는 가시적인 성과일 뿐, 생산성이나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화합도 이뤘다고 볼 수 없다. ‘동독놈들’을 뜻하는 ‘Ossi’와 ‘서독놈들’을 뜻하는 ‘Wessi’라는 용어가 보여주듯 양독지역 간의 반목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사례는 성공적인 국가 통합을 이룬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북한과의 성공적인 국가 통합이란 두 지역 간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통일된 국가가 예전에는 누릴 수 없었던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믿음을 양 지역 주민 모두에게 심어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