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개성공단에서 남측 등 떠밀고 있나

탤런트 최민수 씨가 오랜만에 TV에 출연해 “세상에 우리 뜻대로 안 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아내이고, 하나는 북한”이라고 말했다. 오늘처럼 이 말이 와 닿는 날이 없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당국 간 대화 제의에 대해 26일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긴급한 중대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 협박을 해온 셈이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이날 오후 긴급 외교안보장관 회의를 소집해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단계적으로 철수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공단 가동 재개를 위한 마지막 보루 차원에서 남아있던 공장 관계자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이제 개성공단은 문을 닫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처하게 됐다. 북한 입장에서 ‘최종적’이라는 말까지 나온 이상 공단 폐쇄 문제는 더 이상 주머니 속에 있는 카드가 아니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김정일이 남한과 협력에서 경제공동체를 만들거나 시장경제를 학습할 목적으로 개성공단을 조성하지 않았다. 2003년 6월 첫 삽을 뜰 무렵 북한은 외화가 아쉬운 상태였다. 중국으로 수출액이 4억 달러를 넘지 않았다.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일 수입을 생각하면 주민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동경은 감수해야 하는 문제였다.


전 북한 통일전선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일은 개성공단을 시작할 당시 주변의 우려에 대해 “남조선 대기업을 개성공단에 유치하면 한국경제를 우리가 쥐락펴락 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기업들은 개성공단에 입주하지 않았다.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저렴한 임금과 각종 정부 혜택에 목마른 중소기업 123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한 해 8천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가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공단을 폐쇄해도 별 아쉬울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에 남아 있는 인원들의 생명이 걱정된다면 남측으로 모든 인원을 전원철수하면 될 것”이라며 “철수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신변안전보장대책을 포함한 모든 인도주의적 조치들은 우리의 유관기관들서 책임적으로 취해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가 단순히 자존심 때문에 나오는 허세로만 보이지 않는다.


개성공단이 확대된다고 해도 남측 대기업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그 동안 중국과의 교역량을 대폭 늘려왔고 중국, 몽골, 러시아, 아프리카에까지 노동력을 대거 수출하고 있다. 대신 북한 당국이 아무리 전쟁 위기를 강조해도 상당수 주민들은 ‘개성공단이 가동되는 한 전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게다가 간부와 주민들 속에서 남한을 대안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김정은에게 개성공단 달러 맛을 잃게 만들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외치는 정부 입장에서도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북한 땅에 있는 공단이니만큼 그들의 처분에 따라야 하는 현실이다. 북한도 아직은 개성공단 폐쇄 여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반도 정세 변화와 남북 간 협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개성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이 ‘설마 폐쇄할까’라는 가정을 할 때는 지났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절대 못나가’만 외칠 때가 아니다. 과거 햇볕정권 하에서 남북한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라고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입주기업도 엄중한 상황인식과 함께 대의를 생각하며 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정부도 북한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현명한 처신도 해야겠지만, 내부적으로는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기업의 재산을 안전하게 철수시킬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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